
농촌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는 필자는 이 문제를 매일 체감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후 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학원 등 다양한 돌봄 자원이 존재한다. 부모가 갑작스럽게 일이 생기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비교적 많다. 그러나 농촌은 상황이 다르다. 시설 자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접근성도 매우 낮다.
면 단위 지역에서는 어린이집이 한 곳뿐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용 가능한 시설이 있더라도 통학 거리가 멀고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농업인의 생활 패턴과 맞지 않는다. 농업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직업이 아니다. 농번기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돌봄 서비스는 일반 직장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결국 농업인은 농사와 육아를 동시에 책임질 수밖에 없다.
아이돌봄서비스도 농촌에서는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거리가 길고 돌봄 인력이 부족해 배정 자체가 어렵거나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산간 지역이나 외곽 농촌은 더욱 심각하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이용하기 어려워 농촌 부모들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결국 아이가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부모가 직접 일을 멈춰야 한다. 농업은 시기를 놓치면 생산량과 소득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돌봄 공백은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여성 농업인들은 농사와 가사, 육아를 동시에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더욱 크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가정의 어려움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지역에는 젊은 세대가 정착하지 않는다. 결국 학교가 사라지고 인구가 줄어들며 지역 소멸이 가속화된다. 보육 공백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농촌 돌봄 정책은 도시형 모델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번기 공동돌봄센터, 마을 단위 돌봄공동체, 이동형 돌봄서비스 확대 등 농촌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돌봄서비스 역시 농촌 지역 가산 지원과 전담 인력 확보를 통해 실제 이용 가능한 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
농촌에서 돌봄은 복지가 아니라 생산의 조건이다. 농업인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야 농업도 지속될 수 있고, 젊은 세대가 아이를 키우며 정착할 수 있어야 지역의 미래도 이어질 수 있다.
“농촌의 육아 문제는 아이를 낳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어디에 맡길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 단순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저출생 정책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출산 장려를 넘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농촌,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출생 시대 농촌 정책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