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O 돔 찍고 세계로⋯K-밴드 '판' 커졌다 [엔터로그]

입력 2026-06-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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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밴드 루시가 17일 단독 콘서트 '아일랜드'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밴드 루시가 17일 단독 콘서트 '아일랜드'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국내 음악 시장에서 밴드 음악을 향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페스티벌 라인업, 음원 차트에서 밴드의 이름이 최상단에 자리 잡는 것도 이젠 이례적인 장면이 아닌데요. 기타 리프와 드럼 사운드, 관객의 떼창이 어우러진 공연 영상도 온라인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최근 흐름은 단순한 '인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입니다. 밴드들이 더 큰 공연장에 잇따라 입성하는가 하면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때는 홍대 인디 신의 주자로 여겨진 밴드들이 이제는 단독 공연으로 수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세계 각지의 팬들과 열정적으로 호흡하는 중입니다. 밴드 음악을 둘러싼 '판'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죠.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지난해 11월 23일 월드투어 '뷰티풀 마인드'를 성료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지난해 11월 23일 월드투어 '뷰티풀 마인드'를 성료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밴드, 돔 찍고 세계로…투어도 현재진행형

국내 밴드들의 체급 변화는 공연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됩니다. 핸드볼 경기장, 고려대 화정체육관 등 수천 석 규모의 공연장은 물론 인기 아이돌 그룹의 무대로 통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잠실 실내체육관, KSPO 돔(옛 체조경기장) 등 중·대형 공연장에도 밴드의 이름이 내걸리는 요즘이죠.

가장 선명한 사례는 데이식스(DAY6)인데요.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주요 곡의 역주행으로 불붙은 관심은 음원 차트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탄탄한 팬덤을 다지면서 대형 공연장을 채우는 티켓 파워를 구축했고, 이는 국내 도시를 넘어 방콕,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타이베이,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으로 향하는 투어 동력으로 확장됐죠.

데이식스는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피날레 공연 '텐스 애니버서리 투어 [ 더 데케이드 ] 피날레 인 서울(DAY6 10th Anniversary Tour [ The DECADE ] FINALE in SEOUL)'를 개최합니다.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는 지난해 8월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국내외 16개 지역 27회 규모로 펼쳐진 바 있는데요. 데이식스는 지난해 5월 세 번째 월드투어 '데이식스 3RD 월드투어 [ 포에버 영 ](DAY6 3RD WORLD TOUR [ FOREVER YOUNG ])' 일환 피날레 공연, 12월 스페셜 콘서트 '2025 데이식스 콘서트 '더 프레젠트'(2025 DAY6 Special Concert 'The Present')' 이후 올해 7월 KSPO 돔을 세 번째로 찾게 됩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의 성장세도 매섭습니다. 이들은 이달 27~28일 양일간 단독 콘서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2026 서머 스페셜 [ 더 엑스케이프 ](Xdinary Heroes 2026 Summer Special [ The Xcape ])'를 진행하는데요. 그간 올림픽홀, 핸드볼경기장, 잠실실내체육관까지 단독 콘서트 규모를 순차 확장한 이들은 이번 서머 스페셜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입성합니다. 선예매와 일반 예매를 거쳐 전 회차 전석 매진된 이번 콘서트는 이후 오픈된 시야제한석까지 싹 동났죠.

공연장을 넘어 투어 규모도 확장세를 보입니다. 첫 월드투어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는 서울을 시작으로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 국내외 12개 지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월드투어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를 통해선 방콕,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브루클린,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 총 14개 지역에서 18회 공연을 펼쳤죠. 현재는 유럽 및 영국 일대에서 스페셜 라이브 '[더 뉴 엑스씬 ] 스페셜 라이브 인 유럽 & UK([ The New Xcene ] Special Live in Europe & UK)'을 열고 현지 관객을 만나는 중입니다.

루시(LUCY)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루시는 지난달 9번째 단독 콘서트 '아일랜드(ISLAND)'를 통해 KSPO 돔에 처음으로 입성, 이틀간 약 2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들은 "공연장이 커질수록 더 많은 분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진심 담긴 소감을 남기기도 했죠. 20일 타이베이, 다음 달 24일 일본 요코하마 공연도 앞두고 있습니다.

인디 씬을 기반으로 성장한 실리카겔의 사례도 상징적입니다. 이들은 최근 첫 아시아 투어 소식을 전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9월 KSPO 돔에서 포문을 여는 아시아 투어로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현지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밴드 데이식스가 4월 18일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더 데케이드' 싱가포르 공연을 성료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밴드 데이식스가 4월 18일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더 데케이드' 싱가포르 공연을 성료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경험' 추구하는 관객들…라이브 수요도 고공행진

밴드 무대의 확장세는 글로벌 라이브 공연 시장의 수요와 맞물려 있습니다. 음원을 듣는 방식은 간편해졌지만,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직접 가서 보는 음악'에 지갑을 열고 있는데요. 스트리밍으로 언제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오직 그날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연의 경험 가치가 더 커진 분위깁니다.

실제로 세계 라이브 음악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전 세계 콘서트·페스티벌 티켓 매출은 지난해 4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5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성장률 자체는 2.5%로 나타났지만 이는 팬데믹 직후의 급반등을 지나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도 풀이되죠.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밴드 음악은 라이브 시장과 특히 잘 맞는 장르로 부각됩니다. 밴드 공연의 핵심은 음원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와 키보드 등 악기가 만들어내는 현장 사운드, 보컬의 호흡, 관객의 떼창이 더해질 때 공연의 밀도는 높아집니다. 같은 곡이라도 공연장에서 들을 때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장르라는 점이 관객을 다시 현장으로 이끄는 매력 포인트로 통하죠.

최근 소비 트렌드 중심에 '경험'이 놓인 점도 밴드 붐을 설명하는 배경입니다. 소비는 단순히 상품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직접 가보거나 참여하고,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데요. 주요 상권을 차지하고 있는 각종 팝업스토어, 플래그십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결국 K-밴드의 공연 규모 확장은 단순히 밴드 음악 자체의 인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라이브 경험의 가치가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현장성이 강한 밴드 음악이 설득력 있는 공연 콘텐츠로 떠오른 결과에 가깝습니다. 듣는 음악을 넘어 함께 부르고, 체감하고, 기록하는 음악. 지금의 관객들이 원하는 경험과 밴드 공연의 매력이 딱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과 이달 2일 영국에서 스페셜 라이브 '더 뉴 엑스씬' 일환 단독 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과 이달 2일 영국에서 스페셜 라이브 '더 뉴 엑스씬' 일환 단독 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아이돌만 K팝인가요

그간 K팝의 글로벌 성장은 주로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설명돼 왔습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글로벌 팬덤 플랫폼, 피지컬 앨범과 굿즈 소비가 맞물리며 산업의 외형을 키웠죠.

밴드는 이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기획사와 레이블의 투어 기획, 브랜딩, 팬덤 운영 역량을 차용하는 건데요. 좋은 노래와 라이브로 관객을 모았다면 이를 더 큰 공연장과 해외 무대로 연결하는 데는 산업적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식 굿즈, 콘서트 머천다이즈(MD), 팬덤 플랫폼, 글로벌 투어 기획 등이 결합하면서 밴드 음악은 단순한 감상 대상을 넘어 공연과 소비가 함께 움직이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하나의 공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데이식스는 오랜 시간 쌓아온 곡들이 뒤늦게 재조명되며 공연장 규모를 키웠고,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강한 록 사운드와 뚜렷한 팀 색깔로 국내외 팬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루시는 바이올린을 앞세운 청량한 사운드로, 실리카겔은 실험적인 음악과 감각적인 라이브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음악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혀 눈길을 끕니다. 특정 기획사나 특정 포맷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밴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관객을 모으고 시장을 키우고 있는 거죠.

물론 이 흐름이 곧 모든 밴드의 대형 공연장 입성이나 글로벌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해외 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지 팬덤 규모, 공연 인프라, 꾸준한 신곡과 라이브 콘텐츠가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내에서 달아오른 밴드 붐이 장기적인 산업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더 지켜봐야 하죠. 다만 최근의 변화는 분명합니다. 밴드 음악은 더 이상 특정 취향층 안에서만 소비되는 장르에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음원 차트에서 재발견되고,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을 오가며 관객을 모으고, 해외 무대까지 보폭을 넓히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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