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 정치가 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과거 부산과 대구의 선거는 정당 충성도와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동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선거 결과를 좌우했고, 정치적 선택 역시 비교적 단순했다.
하지만 최근 영남권 청년층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가."
진영보다 성과, 이념보다 실익, 정당보다 미래를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영남 정치의 문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부산과 대구의 2030세대는 같은 영남권이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구 청년들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부산 청년들은 "이 도시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청년층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이다.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는지, 지역에서 결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된다.
오랫동안 이어진 청년 유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 청년들은 정치인의 이념보다 산업 정책을 먼저 본다"며 "미래모빌리티나 로봇산업, 첨단 제조업 같은 성장 산업이 실제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은 보다 큰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
가덕도신공항, 북항재개발, 부울경 광역철도, 해양산업 육성, 글로벌 허브도시 구상 등이 반복적으로 정치 의제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 청년들은 단순히 기업 몇 곳을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 자체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는 부울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일본 한신권(오사카·고베·교토)과 같은 초광역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결국 부산 청년들이 주목하는 것은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이다.
부산을 남부권의 핵심 허브로 만들고 울산과 경남, 주변 산업도시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단순한 공항 건설 사업이 아니라 부산이 동북아 물류·산업·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열망이 강한 이유다.

반면 대구는 다르다.
대구 청년층에게는 허브 경쟁보다 당장의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 더 절박한 과제로 다가온다.
부산이 "어떻게 허브가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대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두 도시 모두 결국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부산은 성장 전략을, 대구는 생존 전략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영남지역에서 민주당이 동진에 성공한 부산시장 선거 결과에서도 일정 부분 확인된다.
정치권에서는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승리를 단순한 정권교체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형준 시장의 시정기간 동안 거대한 비전과 도시 성장 담론은 있었지만 일자리와 소득, 주거 문제 등 체감 가능한 변화는 부족했다는 평가의 결과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전재수 당선인은 해양수도 부산과 부울경 성장축 구축, 남부권 경제수도 구상을 제시하며 새로운 기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대와 지지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성과가 없으면 지지를 철회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으로 이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준 것은 정권교체보다 평가의 정치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준 시정이 평가받았듯 전재수 시정 역시 같은 평가대 위에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가덕도신공항이든 해양수도 구상이든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다.
그 결과가 자신의 일자리와 소득, 주거, 미래로 연결되는가 하는 점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청년들은 더 이상 정치인의 비전을 듣고 박수만 치지 않는다"며 "그 비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증명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세대"라고 말했다.
결국 부산과 대구의 2030은 더 이상 보수와 진보를 먼저 묻지 않는다.
부산의 청년들은 남부권의 허브가 어디가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대구의 청년들은 이 도시에서 계속 먹고살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질문이 바뀐 순간, 영남 정치의 답안지도 함께 바뀌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