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주 속 AI 고객군 넓히는 삼성

대만에서 TSMC는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AI 공급망의 심장으로 불리는 TSMC를 중심으로 컴퓨텍스에 참가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TSMC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아직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격차가 적지 않지만 AI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역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3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9.9%로 1위, 삼성전자가 7.2%로 2위를 기록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포인트(p)에서 지난해 62.7%p로 확대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AI 호황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만으로 양사의 경쟁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는 모든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일부 고객사들은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AI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최근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을 메모리·저장장치·로직칩 공급 핵심 파트너로 소개하며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칩 공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협력 관계는 고객 요구에 맞춰 컴퓨팅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로직 칩’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 중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 반도체 생산까지 맡을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칩 고객군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차세대 AI 칩인 ‘AI5’와 ‘AI6’ 칩의 수주를 따냈으며 기존 ‘AI4’ 업그레이드 버전 생산도 담당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추론 전용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 생산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애플 신제품 아이폰에 탑재될 이미지센서도 공급할 예정이다. AMD와는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협력도 논의 중이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TSMC 공급 부담과 가격 인상 기조 속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일부 고객사의 대안으로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만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 본사를 방문해 릭 차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과 만나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디어텍은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원스톱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선단 공정, 패키징 경쟁력을 묶어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중심의 TSMC와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에널리스트는 “수율이 안정화된 4나노 공정에서 엔비디아향 그록(Groq) 및 HBM 베이스다이 출하량 증가로 하반기 파운드리 사업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2나노 공정 관련 문의가 증가하고 있어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