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협상에 “파국 막아 다행”
“자사주 성과급, 지속가능성 측면서 의미”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탓은 과해”
“AI 고속도로 투자로 이어져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최종 통과하면서, 재계와 정치권, 노동계 등 사회 전반에서 이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합의가 자칫 타 기업들의 연쇄적인 성과급 인상 요구로 이어져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전반적인 투자 및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글로벌 초대형 반도체 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이익의 향방을 두고, 이를 우리 사회와 어떻게 선순환 구조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전향적인 사회적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의원 시절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한국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바라봤다.
박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 합의와 관련해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본다”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설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성과급 지급에도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며, 전례 없는 규모의 이익 배분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영업이익과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노사 관계뿐 아니라 세금과 배당, 사회적 책임까지 전반적인 제도와 사회 계약을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해 “회사의 향후 이익과 연동해 성과급을 설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박 부위원장은 “올해 많이 벌었으니 다 나눠 갖자는 방식이 아니라,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자와 성장을 해야 약속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번 노사 합의를 △지속가능성 △사회적 정의라는 두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기로 한 점은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답을 찾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추가 행보를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익이 노동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 개인 투자자, 정부 지원과 국민 세금 등 사회 전체의 기여 속에서 만들어진 만큼, 이에 대한 보답과 동반 성장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갈등 과정에서 상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주 충실 의무’를 강조한 상법 개정안 취지와 달리 회사가 주주보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우선했다는 주장과 함께,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협상력과 파업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일부 주주들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주주 충실 의무를 저버렸다는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진이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간 것도 아니고, 현금 지급이 아니라 장기 성장과 연동된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노란봉투법 때문에 파업 권리가 과도하게 강화됐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며 “성과급 협상은 그 이전에도 계속 존재했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황으로 법인세 규모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위원장은 이번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수 역시 단순한 재정 지출보다 미래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세 번째 고속도로를 까는 시점”이라며 “1968년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를 열었고, 1998년 초고속 인터넷망이 정보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혁신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반도체와 전력망, 데이터센터, 용수, 인재 육성 등 국가 차원의 거대한 사회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세수를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출범한 규제합리화위원회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규제개혁이 단순히 규제를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새로운 산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 특구’ 구상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박 부위원장은 “과거 규제 샌드박스가 아이디어와 실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자율주행·로봇·AI 산업을 실제 도시 단위에서 사업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첨단 전략산업의 디딤돌 역할을 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