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될 신청 미리 하라?"…재판부 "국민에 대한 예의 없어"

육아휴직을 나눠 썼더라도 기간을 합산해 육아휴직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동청이 육아휴직을 분할 사용한 근로자에게 "1차 육아휴직 종료 후 1년 안에 신청하지 않았다"며 지급 거부 처분했지만,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8일 근로자 A 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24년 3월 25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첫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해, 휴직 기간이 한 달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는 최소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A 씨는 2차 육아휴직 기간 중에 앞선 1차 육아휴직 부분에 대한 급여도 신청했다.
그러나 노동청은 "제1차 육아휴직 종료일로부터 1년이 지난 2025년 4월 14일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위 급여는 제척기간이 경과해 소멸했다"며 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 안에 급여를 신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러한 노동청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차 육아휴직 당시에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그 상태에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권리 행사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1차 육아휴직 종료일은 전제가 된 추상적 권리조차 발생하지 않은 날"이라며 "'이미 발생한 권리의 행사'를 전제로 하는 제척기간 제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1차 육아휴직기간은 30일에 미치지 못하고 제2차 육아휴직기간과 합산해야 30일 이상이 되는 경우라면, 그 30일이 경과한 날 제1차 육아휴직기간과 제2차 육아휴직기간을 합산한 기간 전부에 관해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하나의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급여를 신청하더라도 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법률상 명백한 상황에서 그러한 신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라며 "'거절될 신청이라도 미리 해둬 거절이라도 받아두지 않는다면 향후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극히 형식논리적인 주장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 없음'마저 느껴지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이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을 추진한 이후 전문합의부에서 선고된 첫 모성보호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장애인·임산부·아동·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사회보장 사건을 전문 합의부에서 처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