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개발 아쉽고 경기 체감 안 돼"
"민주당 견제 위해선 그래도 국힘"

27일 오후 부산 동구 자유시장상가 입구. 비가 내리는데 기온까지 오르며 후텁지근한 공기가 시장 골목을 짓누르고 있었다. 6ㆍ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보수 수성에 나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이곳의 바닥 민심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었다. 부산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그러나 '재선 피로감'과 '변화에 대한 갈망'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폭주를 막고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과 정권 견제 심리가 뒤엉켜 있었다.

자유시장 앞에서 만난 36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사 김모(71) 씨는 차분한 어조로 박 후보의 시장 임기를 되짚었지만, 목소리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부산 시민으로서 참 아쉬운 게 많다"며 "저 건너편에 바다 메워서 큰 건물 짓고 부산항 새로 건설하려고 다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다 주춤거리는 상태다. (경기 살릴) 큰 기회를 놓친 게 참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부산의 고령화와 청년 유출 문제를 지적하며 대항마인 전 후보를 주목했다. 그는 "전 후보는 사상구에서 과거 야당 간판을 달고 내리 3선을 한 분이라 지역구에서 신임이 엄청나다. 그 파워력이 대단한 분"이라고 했다. 이어 "당만 보고 찍기보다 과거 공약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끝까지 지켜보고 현명하게 판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상가 안쪽에서 도매업을 하는 주모(63) 씨는 박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민주당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시장(후보) 재임 동안 경기가 좋아졌다는 걸 전혀 체감하지 못했고 특별히 잘했다고 느낀 게 없다"며 "솔직히 세 번은 욕심이다. 한 번 갈아치울 때도 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만약 바꾼다면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제3의 개혁신당 쪽으로 하고 (시의원 등은) 2번(국민의힘)으로 통일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의 유세 예정지 기장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상인 이모(67) 씨는 보수층의 고민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사실은 보수'라고 밝힌 이씨는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중앙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안이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부산에 관광객이 없어서 택시 영업도 안 되고 소상공인들은 전부 문 닫을 지경인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간판만 달고 나오면 무조건 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박 후보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족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는 민주당을 향한 견제 심리 때문에 돌아서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입법 등 모든 것을 자기들 손에서 주무르려고 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여당이 폭주하는 것을 막으려면 그래도 국민의힘을 찍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장시장 유세 현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민식 후보 등의 방문 소식이 전해지며 박 후보를 위한 보수층 결집 분위기도 감돌았다.

같은 날 오후 금정구 부산대 앞 거리와 연산동 등지에서는 박 후보의 정책적 아킬레스건과 전 후보의 상승세가 동시에 감지됐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이모(24) 씨는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인 ‘청년 1억 자산 형성(10년간 매달 25만 원 저축 시 7,000만 원 지원)’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당장 취업이나 주거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10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너무 길고 체감이 안 된다”며 “청년들이 실제 원하는 건 장기 계획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주거비나 생활비 지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 후보의 청년·산업 공약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부산대생 정모(23) 씨는 “해양산업이나 첨단산업을 키워 부산 안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향 자체는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정치권에서는 늘 미래 먹거리를 이야기하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당장 취업 시장이 어렵고 월세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중장년층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사태 이후 불거진 심판론이 전 후보 지지 동력으로 작용했다. 부산 북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박모(59) 씨는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편들 수가 없게 됐다”며 “반면 전 후보는 북구에서 3선을 하는 동안 지역에서 발로 뛰는 모습을 많이 봤다. 고생한 걸 주민들이 안다”고 말했다.
연산동에서 만난 주부 김모(56) 씨 역시 지난 선거에서는 박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전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고 했다. 그는 “현직 시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 부산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정책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예산도 더 원활하게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