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19일 미국 증시는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직전일 급락했던 반도체주의 반등, 밴스 미국 부통령의 이란 협상 진전 발언에 따른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금리 급등 부담이 이어지며 장중 변동성 끝에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7%, S&P500지수는 0.7%, 나스닥지수는 0.8% 내렸다.
이번 주 들어 시장의 중심축은 전쟁과 실적보다 다시 금리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4.67%를 돌파했고, 30년물 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할인율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과거 금리 급등 국면과 비교하면 주요국 증시의 이익 체력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미 5월 초 급등 랠리 과정에서 실적 시즌 모멘텀을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라는 점이 최근 시장의 금리 민감도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주 조정 역시 이 같은 금리 변수와 맞물려 해석할 필요가 있다. 씨게이트 최고경영자 발언 이후 불거진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 우려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했지만, 병목현상은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협상력 우위, 실적 개선이라는 기존 주도 논리가 훼손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21일 새벽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단기 분위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둘러싼 시장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매출과 매출총이익률, 중국향 H200 매출 신호, 실적 발표 직후 셀온 여부까지 시장의 요구 조건은 많아진 상태다.
금일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매크로 부담, 외국인 수급 불안과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 반등, 전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매수세 유입이 동시에 작용하며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 중심으로 수급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겠지만 지수 전체가 추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5월 14일 고점 대비 약 9% 하락하며 단기 추세선인 20일선을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이번 조정의 주요 수급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올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과거 대형 위기 국면보다도 강한 수준으로 확대됐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 주식 수가 줄었다는 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역시 구조적 이탈보다 단기 전술적 차익실현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반도체 매수가 가장 쏠린 거래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 속에서 외국인들이 위험 헤지 차원에서 반도체 비중을 일부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2배 레버리지 상품 중심의 공격적 베팅이 줄고, 1배 상품과 현금 비중이 늘어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주 남은 기간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엔비디아 실적이 매크로 불안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10년물 금리 급등이 진정될 수 있느냐다. 금리와 실적이 동시에 안정을 찾는다면 현재 조정은 속도 조절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도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