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국내주식 수익률이 워낙 좋다보니 이른바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이 이슈다. 기금운영위는 지난 1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해서 국내주식 비중을 목표치(14.9%)보다 한참 높은 25% 부근까지 늘려놨다. 상승장에서야 문제없지만, 상황이 반전되면 비상금까지 날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내주식을 팔면, 주식시장이 폭락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회투자 이슈가 슬쩍 등장했다. 5월 말 기금운영위의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 의결이 예정되어 있는데, 13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의 사회투자 어떻게 가능한가’ 국회세미나를 연 것이다. 김성주 공단이사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음날 민노총이 사회투자 촉구 성명서까지 발표하니, 정부와 여권, 노동계까지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국민연금 사회투자, 정말 괜찮은 것일까? 우선 사회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배에 이르고 청년층 고용률은 24개월째 하락세다. 주거, 보육, 돌봄 등에 대한 투자는 그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지만,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도약 기반이 될 수 있다. 세수도 느는데 정부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 사회투자에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사회투자를 하는 게 적절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임무다. 사회투자가 수익률이 높다면 투자해도 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캐나다 연기금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여 성공한 것과 같은 사례도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앞세우다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연구도 많다. 사회투자는 목표가 모호하고 성과평가도 어렵기 때문이다. 재무수익 기준이면 수익률을 올리고 위험을 관리하면 된다. 성과를 분기마다 확인할 수도 있다. 사회투자는 다르다. 청년주거에 투자해서 출산율이 올랐는지, 돌봄 인프라를 늘려 가입자 기반이 늘었는지 어떻게 측정하겠는가. 좋은 일 했다는 정치적 수사는 남고 불확실성은 미래세대가 다 떠안는다.
역사가 주는 교훈도 있다. 일본은 한때 우편저금과 공적연금자금을 한데 모아 재정투융자라는 이름으로 정부 정책사업에 투입했다. 제2의 예산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자금을 도로, 철도, 공공주택에 쏟아부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국유철도만 25조엔 누적손실을 입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향은 일본이 25년 전에 폐기한 길과 닮아 있다.
사회투자는 우선순위를 바꾸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영역에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타당성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사회투자는 정부재정으로 할 일이지, 기금운용본부 펀드매니저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우리 월급에서 따박따박 빼서 쌓아둔 돈으로 할 일은 더욱 아니라는 점을 기금운영위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