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 한 가족” 강조한 삼성⋯노조 통합 리더십 시험대
삼성전자 노조가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구조에서 벗어나 전체 구성원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측과의 협상 못지않게 사내 ‘노노(勞勞)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노사 모두의 시급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는 최근 한 달간 약 4000명의 탈퇴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약 8500~9000명)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때 7만6000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는 최근 7만1000명대로 줄었다. 하루 1000명 이상 탈퇴 신청이 몰리는 날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이탈은 임금 교섭 과정에서 반도체(DS) 부문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며 DX부문이 소외됐다는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DX 조합원들은 이번 임금 교섭이 DS부문 성과급 확대 요구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동교섭단은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DX부문과 관련한 별도 요구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DX부문의 목소리가 교섭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노노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DX부문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중단 가처분 신청 추진에 나섰다. 이들은 초기업노조가 특정 사업부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하면서 전사 조합원을 대표할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투쟁 전선에도 균열이 생겼다. 비반도체 분야 중심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은 최근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함께 꾸렸던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앞세워 의견을 배제하고 교섭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교섭 정보 공유 및 차별 대우 금지 등 공정대표의무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전하기도 했다. 공문에 따르면 초기업노조가 자신들을 ‘어용노조’라고 깎아내리며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의견을 무시·배제했다는 주장이다.
전삼노도 초기업노조 측 발언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전삼노는 공문을 통해 “최승호 위원장이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는 행위이자 노동조합 간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파업이 가까워질수록 통상 결집력이 강화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노조는 내부 갈등과 이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DS부문 중심으로 비칠 경우 향후 교섭 대표성과 명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노조 모두 이번 총파업 국면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노사 갈등뿐 아니라 내부 균열 봉합도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강조한 가운데 노조 역시 내부 균열 봉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