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노바크 조코비치(4위·세르비아)의 기록을 넘어섰다. 신네르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 대회 32연승을 달성했다.

신네르는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ATP 투어 이탈리아오픈 남자 단식 8강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14위·러시아)를 2-0(6-2 6-4)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신네르는 대회 4강에 올랐고, 마스터스 1000 대회에서 3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둬 신기록을 세웠다.
마스터스 1000은 4대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등급의 남자프로테니스 주요 대회다. 신네르의 32연승은 1990년 마스터스 1000 체제가 시작된 이후 최장 연승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조코비치가 2011년 인디언웰스 2회전부터 신시내티 결승까지 기록한 31연승이었다.
신네르는 앞서 로마 16강 승리로 조코비치의 31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루블레프전 승리로 단독 1위에 올랐다.

기록만큼 눈에 띄는 건 승리 방식이다. 신네르는 루블레프를 상대로 첫 세트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강한 서브와 빠른 베이스라인 전환으로 루블레프의 공격 시간을 줄였고, 랠리에서는 코트 양쪽을 넓게 쓰며 상대를 흔들었다. 반복적으로 라인 근처에 공을 꽂아 넣으며 6-2, 6-4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신네르는 1976년 아드리아노 파나타 이후 50년 만에 이탈리아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하는 첫 이탈리아 선수가 될 기회도 잡았다.
신네르의 연승은 특정 코트에만 묶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는 하드코트뿐 아니라 클레이코트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로마 대회는 프랑스오픈 직전 열리는 대표적인 클레이코트 대회다. 신네르가 이곳에서 기록을 새로 쓴 것은 그가 더 이상 하드코트 강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록은 단순한 연승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조코비치의 2011년은 남자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시즌 중 하나로 꼽힌다. 그해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은퇴·스페인),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앤디 머레이(은퇴·영국)와 경쟁하며 마스터스 1000 연승 기록을 세웠다. 신네르가 그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은 현재 남자 테니스의 새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네르는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보유한 또 다른 기록에도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마스터스 1000 9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게 된다. 지금까지 마스터스 1000 대회 전관왕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를 달성한 선수는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신네르의 다음 상대는 다닐 메드베데프(9위·러시아)다. 신네르가 결승에 오르면 카스페르 루드(25위·노르웨이)-루치아노 다르데리(20위·이탈리아) 승자와 우승을 겨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