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한국영화 위상 변화 진단

박찬욱 감독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 “한국은 더는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 변화와 심사 기준, 영화와 정치의 관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제가 처음 칸영화제에 온 게 2004년(‘올드보이’)인데, 그때만 해도 정말 가끔만 한국 영화가 소개되는 형편이었다”며 “불과 20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 현상을 두고 저는 그냥 한국 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드디어 진입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며 “영화의 중심 그 자체가 확장돼서 이제 더 많은 나라의 더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 역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 작품들이 다수 초청된 상황에서도 심사에는 어떠한 편견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한국) 영화들이 3편이나 초대받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확실한 건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영화에 더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심사위원장으로서의 태도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편견도 선입견도 고정관념도 없이, 설레는 마음만 가지고 저를 놀라게 만드는 영화가 무엇인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와 정치의 관계를 묻는 말에는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박 감독은 “정치와 예술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되어선 안 된다. 예술과 정치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고, 그것이 예술적으로 잘 주장된다면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사위원장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망설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을 한 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 잠깐 고민을 5분 동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제가 돌이켜 생각해볼 때 칸영화제에서 그동안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