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다시 마주 앉는다. 정부의 중재로 성사된 이번 사후조정은 파업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결정지을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최대 조직인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이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태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당초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 평택 캠퍼스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4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세를 과시했던 노조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한 것은, 파업 강행에 따른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의 태도 또한 적극적이다. 경영진은 최근 실적 발표 현장에서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신제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전영현 부회장, 노태문 사장 등 지휘부가 일제히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호소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의 경영 환경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화의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세부 협상안으로 들어가면 노사의 계산법은 판이하다. 초기업노조는 주력인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노조 측 요구가 관철될 경우 DS 부문 조합원 1인당 성과급은 약 6억 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비(37조7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45조 원 규모다.
사측은 경쟁사 대비 최고 수준의 처우를 약속하면서도, 이 같은 파격적인 요구를 명문화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막대한 재무적 부담은 물론, 특정 사업부에 쏠린 성과급 체계가 사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조직 결속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 내부의 분열상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초기업노조의 DS 중심 요구안에 대해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 동행노조 등 2, 3대 노조가 반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조합원 탈퇴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2년 전 첫 파업 당시에도 사후조정 합의안이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지도부가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최종 추인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사측은 법적 대응이라는 배수진도 쳤다. 법원에 제출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오는 13일 이후 나올 예정이지만, 이것이 파업의 전면 차단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처분의 핵심이 웨이퍼 변질 방지 등 필수 유지 업무에 국한되어 있어, 대다수 조합원의 파업권 자체를 묶어두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노조 역시 "필수 업무를 제외한 범위 내에서 합법적 파업을 진행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결국 공은 사후조정 위원회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노사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 시점에 내부 갈등으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조합원이 납득할 결과가 없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셧다운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지 전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