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애로 71건 중 35건 즉시 대응…지역농협 12곳 비료 우선 공급
중동전쟁 장기화로 비료와 농업용 필름, 면세유 등 농자재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봄철 주요 품목의 영농 활동은 일단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나프타와 요소 등 원료 가격 상승이 농자재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어 여름 이후 배추·무 정식과 시설농가 에너지 비용이 다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부와 농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주요 품목별 영농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벼, 밀·보리,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배추, 무, 양파, 마늘, 고추 등 주요 작물의 파종·정식·수확 일정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벼농사는 파종과 못자리 설치에 필요한 부직포를 대다수 육묘장과 쌀 생산 농가가 사전에 확보한 상태다. 수확·유통 단계에서 쓰이는 톤백은 7월까지 공급이 가능하고, 미곡종합처리장 쌀 포장재도 대체로 2개월분 이상 확보된 것으로 조사됐다. 6월 수확을 앞둔 밀·보리도 수확과 보관에 필요한 톤백을 이미 확보했다.
밭작물도 봄철 고비는 상당 부분 넘긴 분위기다. 고구마는 충남·경기 등 중북부 지역에서 정식이 절반가량 진행됐고, 전남·전북 등 남부 지역은 약 70%가 진행됐다. 두 지역 모두 멀칭필름을 확보해 영농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자와 옥수수도 대부분 파종을 마치고 필요한 필름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관건은 여름철 이후 수요가 다시 몰리는 원예작물이다. 여름 배추는 4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여름 무는 5월 초부터 7월 말까지 각각 정식·파종이 이어진다. 정부 점검 결과 배추·무 주산지는 필요한 멀칭필름을 대부분 확보했고 일부 잔여 물량은 발주 단계에 있다. 다만 가을·겨울 배추와 무는 8월 이후 정식·파종이 예정돼 있어 향후 원료 가격과 필름 공급 상황에 따라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달 23일 배추·무 주산지 농협 간 농자재 공급 업무협약을 맺고, 강원과 전남 등 파종·정식 시기가 다른 지역농협이 부족한 농자재를 서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와 농진청, 지방정부, 농촌경제연구원, 농협 등으로 구성된 생육관리협의체도 대체 약제와 농자재 지원을 병행한다.
현장에서는 품목별·지역별 재고 편차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가 운영 중인 민·관 합동 현장애로 해소 지원센터에는 지금까지 71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비료, 멀칭·하우스 필름, 원예작물 포장재, 면세유 등 필수 농자재 부족으로 직접적인 영농 차질이 우려되는 35건은 제안자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 중이다. 실제 일시적인 비료 재고 부족이 확인된 지역농협 12곳에는 우선 공급이 이뤄졌다.
농업용 필름은 이번 공급망 불안의 대표 품목이다. 멀칭필름과 하우스필름은 나프타 계열 석유화학 원료에 의존하는데, 중동전쟁 이후 나프타 수급 차질이 석유화학 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농업 현장에서도 가격 상승과 지역별 재고 부족 우려가 커졌다. 정부와 업계는 나프타 수입선을 미국, 인도, 알제리, 그리스 등으로 다변화했고, 5월 나프타 확보 물량은 전쟁 이전의 80~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와 산업통상부, 농협경제지주는 농업용 필름 원료 공급을 직접 연계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가 석유화학기업 협조를 통해 필름 제조업체에 원료를 공급하면, 제조업체가 농업용 필름을 생산해 재고가 부족한 지역농협에 공급하는 구조다. 첫 사례로 진주원예농협이 참여해 생산된 필름을 문산농협 동부로지점과 남해창선농협, 하동농협 고전지점 등 6개 자재판매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농업계에서는 당장 봄철 파종·정식은 큰 고비를 넘겼지만, 공급망 리스크가 가격 부담으로 옮겨붙는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농자재를 제때 확보했더라도 원료 가격 상승분이 필름·비료·포장재 가격에 반영되면 농가 경영비 부담이 커지고, 수확기 출하 가격과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현장 상황을 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농업인·품목 단체, 청년농업인, 지역농협, 유관기관과 협업해 농업인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듣고, 어려움을 즉시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품목별 영농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전체적인 농자재 수급이 원활하므로 필수 농자재가 적기에 필요한 물량만큼 사용될 수 있도록 농업계의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다음 주 중 산업부·농협과 협력해 농업용 필름 제조업체에 원료 공급을 지원하고, 일시적으로 재고가 부족한 지역농협에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