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쇼크”인가 “숫자 착시”인가…엇갈린 국가부채 해석

입력 2026-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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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발데스 (IMF 재정국장)이 4월 15일 2026년 4월 IMF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발표하고 있다. (IMF)
▲로드리고 발데스 (IMF 재정국장)이 4월 15일 2026년 4월 IMF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발표하고 있다. (IMF)
한국의 국가부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최근 IMF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를 계기로 '2031년 한국 국가부채 비율이 63%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얼마나 심각하게 봐야 하느냐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순부채(net debt)를 재정건전성 판단 지표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측은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은 자신의 SNS에 “재정건전성에 관한 우려가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순부채 개념을 들어 긴축론자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했지만 국제 금융계에서는 순부채 비율을 핵심 재정건전성 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순부채 비율은 국민연금 자산을 정부부채에서 차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재정건전성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순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이는 국민연금 적립금 등 금융자산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반면 적극 재정론 또는 재정 확대론에 가까운 전문가들은 최근 논쟁이 과도한 위기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반박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SNS에 “5년 전에도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 중 가장 빠르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IMF가 2026년 한국 정부부채 비율을 70%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발표된 실제 수치는 54%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당시 언론은 ‘증가 속도 1위’라는 프레임을 반복했지만 5년 뒤 실제 수치는 프랑스·영국·미국보다도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2031년 부채비율 63% 논란 역시 IMF 본보고서보다 요약본(Executive Summary)에 과도하게 의존해 확대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위원은 “요약본 공개 단계에서 이미 대부분 언론 보도가 쏟아졌고 실제 데이터가 담긴 본보고서가 나온 뒤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며 “보고서 자체보다 뉘앙스 중심으로 논쟁이 흘러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부채 비율이 예상보다 낮아진 핵심 배경으로 명목 GDP 증가를 꼽았다.

국가부채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과 GDP 통계 개편 등으로 분모인 명목 GDP가 더 크게 확대되면서 부채비율이 예상보다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국가부채는 단순히 얼마를 빌렸느냐보다 그 돈이 GDP를 늘리는 생산적 투자에 사용됐는지가 중요하다”며 “국가도 기업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와 부채를 조정하는 동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채비율은 높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낮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적절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쟁은 결국 국가부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로 이어진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측은 빠른 부채 증가 속도 자체가 미래 세대 부담과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적극 재정론 측은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필요한 공공투자까지 위축시키는 과도한 긴축 논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양측 모두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국가부채 비율은 높을수록 좋은 것도, 낮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률과 금리, 재정지출의 효율성, 미래 성장 기반 투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수준의 부채가 지속가능한지를 판단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와 복지지출 증가,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재정 여력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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