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SM그룹 회장 일가 증여세 68억 전액 취소

입력 2026-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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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현 SM그룹 회장 일가, 1심 패소→2심 승소
法 “통상 수익률 입증 안 돼…시공용역 시가 산정 위법”
용역 무상제공 인정했지만…세액 산출 불가에 전액 취소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이투데이DB)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이투데이DB)

우오현 SM그룹 회장 일가에게 부과된 증여세 68억원이 전액 취소됐다. 1심 패소 후 약 1년 10개월 만에 결론이 뒤집힌 것으로, 과세당국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게 됐다.

이번 판결은 계열사 간 도급거래에서 ‘시가’ 산정의 입증 책임을 엄격히 요구한 것으로, 과세당국이 내부 수익률이나 업계 평균에 의존해 증여로 의제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의미가 있다. 향후 유사 거래에 대한 과세는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비교 자료 확보가 필수 요건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며, 그대로 확정될 경우 대기업 집단의 특수관계 거래 과세 실무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최근 우 회장과 딸 우연아·우지영·우명아 씨 등 4명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이 부과한 약 68억원의 증여세를 모두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은 SM그룹 계열사끼리 맺은 아파트 공사 계약에서 비롯됐다. SM생명과학(현 삼환기업)은 2015년 경기 광주시에서 79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시행하면서 같은 그룹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현 SM상선)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과세당국은 우방건설산업이 SM생명과학에 시공용역을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고 시행업무 일부까지 무상으로 수행했다고 보고, 이를 지배주주에 대한 증여로 간주, 우 회장 일가에게 68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본인이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재산이나 용역을 현저히 낮은 대가로 제공해 이익이 생기면 이를 지배주주에 대한 증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SM생명과학은 우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97.69%를 보유한 회사다.

▲삼환기업 CI.
▲삼환기업 CI.

핵심 쟁점은 시공용역의 시가 산정이었다.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시가와 실제 도급금액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시가는 원칙적으로 유사한 외부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과세당국은 이 사건의 경우 비교할 만한 거래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보충적 방법인 ‘공사 원가와 원가에 통상 수익률을 곱한 금액을 합산한 값’을 시가로 적용했다. 통상 수익률은 SM그룹 내부 문건, 2015∼2018년 우방건설산업의 시공용역 수익률 실적, 대기업 건설공사 수익률 통계 등을 근거로 15%로 산정됐다.

우 회장 측은 공사대금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없고, 과세당국이 15% 수익률을 시가 산정에 적용한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시행업무 수행도 SM생명과학이 대가를 별도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이어서 무상 제공이 아니라고 했다.

1심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도급금액이 최초 계약 당시부터 예정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데다 100억원이 넘는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음에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봤다. SM그룹이 내부적으로 15% 수익률을 전제로 도급금액을 정해온 점, 대기업 건설공사 수익률도 이에 근접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과세당국의 시가 산정 방식도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SM그룹 내부 문건의 15% 수치는 경영목표이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비용으로 임의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우방건설산업이 수행한 7건의 시공용역 중 특수관계인 외의 거래 실적도 단 1건뿐이어서 통상 수익률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건설공사 수익률 통계도 개별 공사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며 배척됐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통상 수익률이 15%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시공용역의 시가를 증명할 자료도 없다”며 “시공용역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현저히 낮은 대가로 체결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시행업무 일부가 무상으로 제공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시공용역 시가가 확인되지 않아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수 없는 이상 과세 처분 전체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고, 증여세 전액을 취소했다.

용산세무서 측은 15일 상고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2심 판단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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