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희귀질환 신약들이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며 관심을 받는다. 개발 단계의 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이 각광받는 가운데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주요 후보물질에 대해 최근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성사했다. FDA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에 대해 각종 인허가 심사 수수료 면제, 임상시험 보조금 지원, 임상시험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허가 후 최대 7년간 시장 독점권 등을 보장한다. 환자 수가 적고 수익성이 낮지만, 미충족 수요가 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조처다.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물질 ‘YH35995’에 대해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유전성 희귀 대사질환인 고셔병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인해 체내 물질대사에 이상이 발생한다. 분해되지 못한 지방질이 ‘고셔 세포’가 돼 간, 비장 등 체내에 축적돼 다양한 전신 증상을 유발한다. 부족한 효소를 보충해주는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YH35995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1) 생성을 억제하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 효소(GCS) 저해 기전의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뇌 내 GL1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특성이 확인됐다. 신경계 증상을 동반하는 유형인 제3형 고셔병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YH35995 1상 임상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파트너사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ABL001)’에 대해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담도는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건강검진을 통해 이상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병환이 악화할 때까지 환자가 자각할만큼 두드러지는 증상도 많지 않다. 담도암은 유전적 변이가 다양해 치료 옵션이 불충분한 난치암으로 꼽힌다.
토베시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이중항체다. 신생혈관 생성과 종양 내 혈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DLL4와 VEGF-A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기전이다. 전임상과 임상에서 DLL4와 VEGF-A를 동시에 억제해 종양 세포 성장을 저해하는 효과를 보였다.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현재 담도암 2차 치료 환자 대상으로 화학치료제 파클리탁셀을 병용하는 2·3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7월 토베시미그의 글로벌 권리(한국, 중국 제외)를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4억1000만달러(약 6045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토베시미그 임상을 마무리하고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의 로열티 수입도 본격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이고 확실한 수요가 보장되는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발간한 ‘2026 희귀의약품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글로벌 처방의약품 매출은 1조8900억달러(약 2787조7500억원)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희귀의약품 매출은 4090억달러(약 603조2750억원) 규모로 약 2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희귀의약품이 처방의약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5%를 차지했으나, 2025년에는 18.4%로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