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 매도 공세가 겹치면서 코스피가 5270선까지 밀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수급 공백이 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는 30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서 최근 증시 급락 배경에 대해 "우리 시장 내부적으로 보면 등락이 워낙 크게 나왔기 때문에 미국이나 이란 쪽 리스크가 없더라도 3월 이후에는 조정 가능성이 있었다"며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돌발적인 전쟁이 겹쳤고, 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이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과 맞물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코스피 약세를 두고 "결론적으로는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빠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급등 폭이 컸던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차익실현 매물을 많이 맞으면서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역대급으로 보면 이 정도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인이 단기간에 매도를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그런데도 코스피가 5000선 위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증시가 과거와는 달라졌고, 증시 체력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같으면 이 정도 매도 물량이면 더 큰 폭으로 수직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도를 기업 펀더멘털 악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외국인 매도가 이렇게 역대급으로 몰리는 것은 이들 종목을 비관적으로 봐서가 아니라 비중을 낮춰야 하는 기계적 물량이 있기 때문"이라며 "매도 금액은 굉장히 크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역시 낙폭은 있을 뿐, 과거처럼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급 공백이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5월이 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기 때문에 외국인 상당 부분 헤지펀드는 그 상품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금 들어오는 것보다 상품 출시 시점에 그 상품을 매수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수급이 5월까지 꼬일 가능성도 예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 자금이 급락장을 떠받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투신·연기금·외국인이 시장의 핵심 수급 주체였다면 지금은 외국인과 금융투자 수급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금융투자는 흔히 말하는 ETF 자금으로 보면 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매도하더라도 금융투자가 매수하면 증시가 의외로 상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금융투자 수급을 함께 보면서 시장 등락을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개인 투자자의 개별주 순매수가 급증한 데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서 유입된다는 것은 종목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바람직한 전략"이라면서도 "위기가 오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종목을 집중하고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좋지 못한 습관이 다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개별 종목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주도주보다 개별 모멘텀이 강한 종목으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인데, 이런 종목은 시장이 정상화되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큰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 ETF 투자자라면 지금은 ETF에만 집중하는 전략이 적어도 현재 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