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역대 최고 수준 주거비에 불안 감수하고 계약
"다른 선택지 없다면 보증금 최소화 등 리스크 줄여야"

수도권 전·월세 매물 부족과 월세 상승이 맞물리면서 사회초년생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주거지를 얻기 위해 법적 보호 권리를 포기하는 '전입신고 불가'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다. 임대인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임차인은 최소한의 안전판이 제거되는 편법 계약이다. 향후 분쟁 발생 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2의 전세 사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입신고 금지 특약을 두고 고민하는 임차인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용자 A 씨는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을 찾았는데 건물 전체가 전입신고가 안 된다고 한다. 보증금이 500만원이라 그냥 들어가도 문제는 없을지 고민이다"라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용자 B 씨 역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의 매물이 나왔다. 보증금은 많지 않은데 나중에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때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임대인들이 전입신고를 막는 핵심 이유는 '절세'다.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유지하면 부가가치세 환급은 물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인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막대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못 하게 하는 건 주로 양도세 때문"이라며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쓰이면 주택 수에 포함돼 아파트를 팔 때 2주택 중과를 받게 되는데, 결국 다주택자 규제 기피를 위한 편법이 임차인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오피스텔을 찾는 임차인은 당장 거주할 저렴한 집이 절실하다. 임대인이 "월세를 깎아줄 테니 전입신고를 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면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이를 수용하며 위험한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최근 월세가 치솟으면서 청년층은 주거비 부담이 상당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1월 서울 주요 10대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2019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균관대 인근은 73만8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8.1% 올랐다. 연세대(68만3000원)와 고려대(66만3000원) 등도 7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평균 8만2000원에 달하는 관리비까지 더해지면 가혹하다는 말이 과하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 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1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오피스텔 전세 거주 경험이 있는 직장인 이 모 씨(33세, 여성)는 "코로나19 당시 전세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전입신고 불가' 조건을 감수하고 추가 비용을 들여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조건으로 입주한 적이 있다"며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막다 보니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집주인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구해 결국 한 달이나 지나서야 겨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전입신고 하나에만 의존하는 임차인 보호 체계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당사자가 보증금 반환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훈시규정을 마련하고 관련 분쟁을 조정위원회에서 다루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임대차 계약의 등기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법안을 내놨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등기를 통해 대항력을 발생시키고 보증금 미반환 시 임차인에게 경매신청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오피스텔 전입신고 금지 특약은 명백한 편법이지만 사회초년생들이 잘 모르고 덜컥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어쩔 수 없이 이런 곳에 들어간다면 보증금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며 "본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집을 찾거나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각별히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