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국가 ‘에너지 체력’ 다져야 할 때다

입력 2026-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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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었던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당장 분쟁이 멈춘다 해도, 전 세계로 원유가 원활하게 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에너지의 94%는 바다 건너에서 온다. 특히 석유와 가스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에게, 작금의 사태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빨간불과 같다. 사태가 길어지면 당장 올겨울 우리 집을 따뜻하게 데워줄 도시가스 공급은 물론, 전기를 생산하는 일조차 팍팍해질 수 있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 … 경제체질 강화해야

상황이 이렇게 긴박한데도 우리의 에너지 소비 습관은 여전히 풍족한 시절에 머물러 있다. 어려운 통계 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쓰는 에너지가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한 번쯤 뼈아프게 돌아볼 대목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 에너지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일. 이 평범한 행동들이 이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고유가 시대를 버텨낼 가장 강력한 무기다.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에는 가전제품 사용을 잠시 멈추며, 빨래는 모아서 한 번에 하는 것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훌륭한 실천이다.

역사적으로 위기는 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어왔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오일쇼크) 당시, 전 세계는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던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를 계기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특정 에너지에 쏠려 있던 위험을 분산하며 오히려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는 기회로 만들었다.

최근의 훌륭한 타산지석도 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기대어 안주하던 유럽은 전쟁 발발 직후 극심한 에너지 난과 가격 폭등으로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유럽은 이 위기 앞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과감히 끊어내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며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자립’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이번 고유가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도 이를 단순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전환을 이룰 결정적 기회로 보아야 한다.

‘재생에너지 대전환’ 앞당기는 계기 삼길

에너지 대전환은 에너지를 만들고, 나누고, 쓰는 모든 과정의 판을 바꾸는 일이다. 멀리서 전기를 끌어오는 대신 마을 단위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고, 똑똑한 지능형 전력망을 깔아야 한다. 여기에 시간대별, 지역별로 합리적인 요금 체계가 더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에너지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장기화되는 고유가와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 속에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 생활 속 절약을 실천해야 할 때다.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앞당기고, 진정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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