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저평가(저PBR) 기업 공개와 중복상장 규제, 코스닥 시장 개편을 동시에 밀어붙이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유동성 공급을 넘어 지배구조와 시장 구조를 동시에 손보는 ‘전면 개편’ 성격의 대책으로,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안정화 및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출발점은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 압박이다. 금융당국은 반기마다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방식을 도입한다. 저PBR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거나 동종 업종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는 상태로, 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낮은 대표적 저평가 지표다. 동일 업종 내 PBR 하위 20%가 2개 반기 연속 유지될 경우 한국거래소 밸류업 플랫폼에 공표되고 종목명에 ‘저PBR’ 태그가 부여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일정 기간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한다.
자산가치 재평가 공시도 도입된다. 토지 자산에 대해 공시지가를 활용해 장부가와 공정가치 간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반영하도록 하고, 향후 다른 자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도 강화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제3자가 점검하고, 이행 여부를 공시하도록 해 책임투자를 실질적 감시 체계로 전환한다.
중복상장은 사실상 전면 규제 수순에 들어간다. 금융당국은 ‘분할 후 중복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까지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 중복상장의 유형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준을 명확히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구조다.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 사례, 카카오의 계열사 연속 상장 등이 대표적 논란으로 지적돼 왔다.자회사 중복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반주주 권익 훼손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코스닥 시장은 ‘성숙한 혁신 기업(프리미엄 시장)’과 ‘성장 중인 기업(스탠다드 시장)’으로 구분해 2개 리그 체계로 재편된다. 시장 간 승강제를 도입해 기업이 성장 단계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 시장 내 최상위 대표기업 중심 지수를 새로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도입한다. 시장 내 ‘우량주 트랙’을 별도로 구축해 자금 쏠림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대응을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추가 확대 방안도 준비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