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드레이어(1889~1968)는 덴마크 감독으로 ‘잔 다르크의 수난’(1928)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영화는 세계 100대 영화 리스트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의 다음 영화인 ‘오데트’도 그에 못지않은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사이트 & 사운드’ 잡지가 선정한 100대 영화에 ‘잔 다르크’와 함께 포함되었다. 제목 오데트는 영어로 ‘word’를 의미하며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할 때의 그 ‘말씀’이다. 동명의 연극에 바탕을 두었다.
20세기 초 덴마크의 한 농가가 주무대다. 노인 모르텐 보겐에게 아들이 셋 있다. 맏이 미켈은 무신론자이지만 성품이 좋고 출산을 앞둔 아내 잉거를 사랑한다. 둘째 요하네스는 정신이상으로 자신이 재림한 예수라 믿는다. “난 세상의 빛이다. 그러나 어둠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같은 말을 하고 다니며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막내는 마을의 재단사 피터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르텐은 피터의 기독교 교파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 결혼을 반대한다.
더 잘사는 모르텐은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퇴짜를 맞고 돌아오자 자존심 상한다. 그는 피터를 찾아가 혼인을 허락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피터는 끝까지 거부한다. 그때 집에서 전화가 온다. 며느리 잉거의 출산이 순조롭지 않다. 아기는 결국 사산하고 산모는 위태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요하네스는 “잉거를 데리러 저승사자가 다시 왔다”고 알린다. 의사가 안심하고 간 후 정말 잉거는 사망한다.
관 두껑을 덮는 의식을 행하는 날, 피터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에서 자기 잘못을 깨닫고 보겐을 찾아와 양가 자녀의 혼인을 허락한다. 사라졌던 요하네스도 나타난다(사실 주요 인물 모두가 그 장소에 모인다). 그는 이제 정신이 든 듯하다. 가족과 눈을 맞춘다. 그는 부활을 진심으로 믿으면 잉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잉거의 발밑에서 기도한다. “내가 예수의 이름을 말할 때 그녀는 일어날 것이다.”
나는 설마 살아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살아났다. 그리고 이때의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장면을 심심찮게 봤지만 그런 건 다 “응, 기적이구나” 정도로 반응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뭐랄까, 정당한 기적으로 여겨졌다. 영화 내내 철저한, 광기 어린 믿음을 지켜온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여겨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를, 우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의 모든 것이 그 마지막을 위한 준비였다. ‘진정한 믿음’에 배치되는 것들을 보여주었다. 믿음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교파에 따라 하찮은 다툼을 한다, 위선도 드러낸다. 피터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구절을 읽을 때 아내가 교회에 ‘앉으려면’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한다.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건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배치되지 않나. 신을 아예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과학을 더 믿는 사람도 물론 있다. 의사는 당연히 그렇지만 신임 목사도 “신은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규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다만, 요하네스 외에 어린아이(미켈의 딸)만 순수한 믿음을 가진 걸로 나온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그렇다. 내가 위에서 ‘새로운 세계’ 같은 표현을 썼지만, 그게 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믿으면 실제로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고 가정하자. 그게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가? 그럴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냥 그것도 하나의 자연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던 게 현대에 설명되는 게 얼마든지 있다. 100% 믿으면 그 일이 일어나는 현상이 미래에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기적 같은 현상에 열린 마음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런 걸 설득력 있게 묘사했을 때 새로운 우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 드레이어도 꼭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걸 원하지 않았을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켈의 어린 딸의 믿음이 기여하는 거 같은데, 그 아이가 종교의 언어로 기원한 건 아닐 것이다. 드레이어가 종교적 주제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지만, 그 자신이 크게 종교적인 건 아니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