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면서 빚을 내 투자한 이른바 '빚투'족들의 강제 청산 공포가 시장을 덮치고 있다. 주가 하락이 담보 부족을 야기하고, 이것이 다시 강제 매각 물량으로 쏟아지는 악순환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전쟁 여파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사흘간 매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6일 기준으로는 32조 7898억 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초단기 외상 거래인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 역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지난 5일 미수금은 2조1487억 원으로 전쟁 발발 이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해 발생한 반대매매 금액은 6일 기준 82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말 대비 약 11배에 달하는 수치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강제 청산 비율도 지난 3일 0.9%에서 5일 6.5%까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대출 외에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통한 투자금 유입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40조7227억 원으로 2022년 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사흘간 늘어난 잔액만 1조3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증시 변동성 대응 및 추가 매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미수거래의 경우 이틀 안에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으로 강제 처분되기 때문에 지수 하락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대매매가 또 다른 하락을 부르는 '바닥 없는 추락'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금융당국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수석부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별 위험 요인을 점검했다. 당국은 특히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용융자와 한도대출 등 빚투 관련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