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군사 충돌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거점인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에너지 쇼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물동량은 평시 대비 약 70% 급감했다.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 공격과 봉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유조선 운임은 하루 4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지리적 특성상 중동에서 들어오는 원유와 나프타(납사)에 크게 의존한다. 단지 내 핵심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정유 4사 중 중동산 비중이 가장 낮은 편이지만, 상당수 물량을 중동을 통해 도입 중이다. 또 여기서 생산된 나프타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주요 화학 기업으로 공급돼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이처럼 원유 수입부터 석유화학 제품 생산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된 구조인 만큼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단지 전체 생산 라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이미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 더욱 치명적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나프타 가격이 함께 상승하면서 제조 원가는 크게 뛰었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은 늘고 판매 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최악의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석유화학 공정의 특성상 원료 공급이 끊겨 공장이 멈추면 재가동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파장은 정유와 화학 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유가 급등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항공사들의 영업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으며, 해운업계 역시 유조선 운임 급등과 항로 리스크에 직면했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경우,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와 철강 산업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 대응에 나섰다.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방출 등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을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고려할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대산석유화학단지 가동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