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의 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선두 제품을 뛰어넘을 후발 주자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등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3상 단계에 다가서며 국산 제품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등도 1상을 진행하며 시장 진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총 3개 개발하고 있다. 상업화에 가장 가까워진 물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해당 물질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GLP-1 제제로,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GIFT) 대상에 지정된 바 있다.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첫 국산 비만치료제이자, ‘43호 국산신약’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 HM15275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상을 지난해 9월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이달 초 첫 환자 투약을 시행했으며, 내년 상반기 2상을 종료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HM15275는 GLP-1,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글루카곤 수용체(GCG) 등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로, 단일 작용 기전인 위고비 대비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비만치료제의 근손실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후보물질 HM17321 역시 미국에서 1상을 진행한다. HM17321은 스트레스 반응 및 스트레스 회복에 관여하는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UCN2 유사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FDA로부터 1상을 승인받았으며,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HK이노엔은 IN-B00009의 국내 임상 3상 대상자 모집을 지난달 완료했다. 지난해 5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고, 9월 첫 환자등록을 시작해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국내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총 313명을 모집했다. HK이노엔은 연내에 40주간의 투약을 완료하고 허가 신청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IN-B00009는 HK이노엔이 2024년 중국계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해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물질이다. 주 1회 주사하며 위고비와 동일한 기전이다. HK이노엔은 비만 및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해당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DWRX5003를 개발 중이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고, 오젬픽과 위고비 등 주사제 대비 상대적 생체이용률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1상 IND를 승인받았다.
DWRX5003는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면 미세 바늘이 녹아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피부의 진피층을 통해 체내로 전달되는 원리다. 대웅테라퓨틱스의 독자적 약물 전달 플랫폼 클로팜(CLOPAM)이 적용됐다. 패치 제형의 비만치료제는 아직까지 상용화한 사례가 없으며, 투약과 보관 편의성이 높은 것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일동제약은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형 GLP-1 약물 ID110521156를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단회투여 용량상승 시험(SAD) 1상을 종료하고, 후속연구로 반복투여 용량상승 시험(MAD)을 진행하면서 2상을 준비 중이다.
유노비아는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ID110521156의 1상 결과 100㎎ 투여군에서 4주 동안 체중이 평균 6.9%, 최대 11.9% 감소한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5% 이상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비율은 50㎎ 투여군이 55.6%, 100㎎ 투여군은 66.7%로 집계됐고 중대한 이상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