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으나 한국의 대미 통상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곧바로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겨냥한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어 우리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번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매긴 데 이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이 7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양국은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 MOU'를 체결하고 관련 특별법 발의에 맞춰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 유럽연합(EU)과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파급력이 큰 자동차 품목의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만 제동을 걸었을 뿐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플랜 B' 가동을 예고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하더라도 불공정 무역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며 "관세의 유형과 수준에 있어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체 수단으로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및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이 광범위하게 거론된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들 관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 역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이 나더라도 다른 관세로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왔다.
더욱이 일본이 예상보다 빨리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하면서 한국의 운신 폭은 한층 좁아진 상태다. 관세 인상을 무기로 신속한 투자를 압박하는 미국의 기조가 거센 만큼 기존 합의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이어질 미국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