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등록금 수입이 충분치 않다는 데에 있다. 등록금과 국가장학금을 묶은 강력한 규제로 대학은 오랜 기간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학생 부담은 줄었지만, 대학재정은 점점 취약해졌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정부에 매달리는 의존적 구조가 고착화된 배경이다.
정부도 재정지원을 확대해 왔다. 다만 모든 대학을 동일하게 지원하지는 않는다. 구조조정 필요성 때문에, 정부는 경쟁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유도하고 있다. 선별적 재정지원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전면화되었고, 정원조정과 연계되어 이름을 바꿔가며 발전해 왔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쟁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탈락자를 가려내는 경쟁이 아니라 혁신을 끌어내는 경쟁이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벚꽃 엔딩’이 가속화되는 지금, 혁신경쟁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하면 대학과 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쟁을 되살리기 어려운 근본 원인은 재정지원사업이 가진 강한 규제적 속성 때문이다. 지원의 조건과 기준 하나하나가 사실상 대학의 손발을 묶는 규제로 작동한다. 숨은 규제를 걷어내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을 되살리려면 다음의 네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경쟁은 진입을 제한하지 않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입시 결과가 높든 낮든 대학마다 고유한 역할과 강점이 있다. 사업을 나누고 덧붙이기보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기본 지원은 안정적으로 제공해 각 대학이 마중물로 삼게 해야 한다. 둘째, 경쟁이 시작되면 예산 운용의 재량을 보장해야 한다. 사업을 따내도 용처가 정해진 ‘꼬리표 달린’ 예산이라면 혁신이 어렵다. 한쪽에서는 돈이 남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족한 아이러니의 반복을 막으려면, 지원금을 대학회계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경쟁의 결과는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화려한 수식어로 가득한 문서나 동원된 행사 횟수로 승패를 가르면 헛일이다. 인공지능(AI)에 투자할지 인문학에 투자할지는 대학이 결정하게 하고 그 특성에 맞는 성과를 엄정히 평가하여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넷째, 경쟁이 장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단년도 사업은 사업단 비정규직만 늘릴 뿐이다. 미흡한 대학에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낸 대학에는 지원을 누적적으로 늘려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정하고 있다. 대학에 선택의 자유를 주고, 그 선택의 결과를 성과로 엄정히 묻는 것, 그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재정 지원의 출발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