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건부 공모’ 정부 배려에도...홈플러스, 농축산물할인사업 탈락

입력 2026-02-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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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홈플에 '특약' 전제로 지원사업 공모 허용
'매월 10일 단위 납품업자 정산해야 국비지원' 약정
홈플, 자체할인율 25% 제출했지만 비계량 평가서 낙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올해 1080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정부의 농축산물할인지원사업 공모에 탈락했다. 홈플러스는 심사 과정에서 정부 가이드라인(20%)을 웃도는 자체 할인율을 제시했음에도 사업 역량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납품업체 보호를 위한 세심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홈플러스 납품 업체 판로 확대, 소비자 가격 할인 혜택 제공 등을 위해 ‘조건부 특약’을 전제로 공모 참여를 허용했으나 심사 과정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평가위원들은 홈플러스의 사업 참여 및 정상적인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홈플러스는 합격점(81.4점)에 크게 못미치는 60점 초반대를 받았다. 점수는 비계량(70점)·계량(30점) 평가를 합산해 산정된다. 농축산물할인지원사업이 시작된 2023년 이후 매년 참여해온 홈플러스가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형마트 기준 홈플러스 외에 이마트,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6개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축산물할인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형마트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큰 농축산물에 대해 정상가 대비 최대 36% 할인(농식품부 지정 품목 한정)을 제공할 수 있다. 정부 지원 20%에 마트 자체할인 약 20%를 합산 적용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는 애초 신청 자격에 미달됐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신용등급이 A에서 D로 하락해서다. 지난해는 정부가 홈플러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가 납품 업체 보호 특약을 맺고 재개했다. 특약에는 홈플러스가 매월 10일 단위(월 3회)로 납품업체 상거래 채무 변제 확인 후 관련 사업비를 정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홈플러스가 지난해 수령한 정부 지원액은 약 168억원으로 해당 사업에 선정된 대형마트 7개사 중 네 번째로 많았다.

정부는 올해도 홈플러스가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었다. 농식품부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조건부 특약' 수용을 전제로 사업 참여 자격을 줬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인이 적지 않다"면서 "사업 참여 기회까지 원천 박탈하면 안 된다고 판단해 객관적인 평가는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당락을 결정한 것은 비계량 평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계량 항목 중 △자체 할인행사 방안 △예산 투입 계획 △예산 집행 타당성 등이 포함된 '사업역량' 배점이 25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자체 할인율(25%)를 제시하고도 최저 수준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위원들은 홈플러스가 높은 할인율을 제시했지만 유동성 위기인 만큼 실행이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재무건전성이 포함된 계량 평가와 자체할인 가점을 포함해 14점을 받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왔기에 유동성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에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사업자 선정을 위해 가장 높은 자체할인율도 제시했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결국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공모 탈락으로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상품 가격 경쟁력 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납품 업체의 매출 악화 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 의원은 "티메프 사태 당시 농축수산물을 납품하던 농어민들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최근 홈플러스의 임금 체납, 대금 미정산 등의 소식이 전해지는 만큼 농식품부는 물론 해양수산부도 홈플러스 납품 농어민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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