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 ‘공공 정책’ 참여…홈플러스 탈락이 남긴 숙제

입력 2026-02-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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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은 즉시, 정산은 사후…회생 기업 참여가 안고 있는 위험
납품업체·농가 피해 막을 보증·점검 장치 없으면 반복 논란

▲경기 고양시의 한 홈플러스 매장. (뉴시스)
▲경기 고양시의 한 홈플러스 매장. (뉴시스)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대형 유통사가 정부 물가 정책에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을까. 최근 홈플러스가 농축산물할인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했지만 탈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생 기업의 공공정책 참여’가 단일 기업 이슈를 넘어 구조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웃도는 할인율을 제시해도 '정상적으로 끝까지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독] ‘조건부 공모’ 정부 배려에도...홈플러스, 농축산물할인사업 탈락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축산물할인지원사업은 재정을 통해 국산 신선 농축산물의 소비자 가격을 낮춰 장바구니 부담을 더는 동시에 산지 판로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가 마트·전통시장 등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살 때 일정 비율을 즉시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해 체감 물가를 직접 낮추는 정책 수단인 셈이다. 겉으론 ‘할인행사’지만 재정이 결제 단계에서 직접 가격을 낮추는 구조인 만큼 사실상 ‘준 공공물가 정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업의 장점은 체감 물가에 빠르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과 유통업체 자체 할인이 합쳐지면 소비자 가격이 바로 내려간다. 문제는 그만큼 ‘중간 과정’이 흔들릴 때 파장이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회생 기업이 참여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위험이 정산이다. 할인은 상품에 먼저 적용되지만 정부 지원금 정산은 후에 이뤄진다. 중간(대형마트)의 자금 사정이 흔들리면 행사 축소·중단이 생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납품 업체가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까지 겹칠 수 있다. 신선 농축산물은 납품이 막히면 손실이 빠르게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산 불안은 곧바로 농가·협력사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회생 기업을 원천 배제하기는 어렵다. 대형마트는 일부 지역에서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고 특정 유통사에 납품이 몰린 농가도 적지 않다. 회생기업이라고 참여를 막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되고, 납품업체도 갑자기 판로가 줄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 사업을 ‘물가 안정’과 ‘국산 농축산물 소비 기반’이라는 두 목표로 운용하는 만큼 배제가 오히려 공익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에 상품을 제공하는 납품업체들이 3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납품업체들과의 공생을 위한 긴급운영자금대출 실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는 약 900개의 업체가 서명에 참여했다. (뉴시스)
▲홈플러스에 상품을 제공하는 납품업체들이 3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납품업체들과의 공생을 위한 긴급운영자금대출 실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는 약 900개의 업체가 서명에 참여했다. (뉴시스)

일각에선 회생기업 지원 여부보다 정책 목표 달성 측면에서 허용을 전제로 촘촘한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다. 정산 주기를 세분화 하거나 납품대금 확인·보증 장치를 강화하는 등 사고가 나지 않게 만드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상적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적용 기준과 관리 방식은 더욱 투명하고 일관되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유통사 실무책임자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납품 업체 입장에선 결국 정산이 제때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민간 유통망을 ‘물가 정책의 집행선’으로 계속 활용하려면 회생절차 중인 기업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안전 장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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