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ESG 공시 잘한 기업, 손해 안 보게 하겠다" [지속가능공시 입법화]

입력 2026-02-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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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의원, ESG 공시 개정 법안 발의 예정
"자율공시는 투자자 신뢰·글로벌 정합성 한계”
"EU 역외기업 의무화 2029년, 그 전에 체계 갖춰야”
"트럼프 안티ESG와 별개…자본시장 인프라 문제”

(사진=민병덕 의원실)
(사진=민병덕 의원실)

기업이 탄소 배출량, 노동환경, 이사회 구성 같은 비재무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ESG 공시' 법제화가 금융 현안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대기업에 의무화했고, 일본·영국·호주도 잇따라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한국거래소 자율공시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기준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공시 형태다. 지금처럼 거래소 자율공시를 유지할지, 아니면 기업이 매년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 ESG 정보를 넣어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법정공시'로 전환할지가 갈린다. 법정공시로 가면 정보 신뢰도는 높아지지만, 기업 입장에선 공시 오류가 곧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 어느 규모 기업부터 시작할지와 의무화에 따른 기업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도 쟁점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 가지 쟁점에 대한 해법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업보고서 기반 '법정공시'를 원칙으로 하되, '세이프하버' 인센티브를 도입해 성실하게 공시한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준다. 적용 대상은 자산 10조 원 이상 약 100개 대기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넓힌다. "공시를 잘한 기업이 손해 보지 않게 하겠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니라 법정공시로 바꿔야 하는 이유는

“현재 국내 ESG 공시는 거래소 자율공시 체계에 기반하고 있으나, 이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갖는 재무적 중요성과 시장 신뢰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는 더 이상 독립적인 비재무 정보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 성과와 위험, 전망을 설명하는 통합 공시 체계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EU,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정보와 동일한 책임 체계 아래 법정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는 방식이 국제적 표준으로 정착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외 별도의 공시 채널을 활용할 경우, 재무정보와의 연계성 약화, 공시 책임 및 인증 체계의 불명확성, 국제 투자자의 정보 활용도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법정공시로 가면 기업 부담이 커지는데, 세이프하버가 이를 어떻게 해소하나.

“중요한 것은 '의무화냐 자율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공시의 질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사업보고서 중심의 법정공시 체계로 정착돼야 한다고 보되,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적 불확실성과 과도한 책임 문제를 완화하는 장치로서 세이프하버 방식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성실히 공시한 기업이 예측 불가능한 사후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보호함으로써, 공시 회피가 아니라 충실한 이행을 유도하는 접근이다. 핵심은 '공시를 잘한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이프하버 인센티브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법적 면책인지, 세제 혜택인지, 금융 지원인지.

“제가 제안하는 세이프하버 방식은 단순한 선언적 보호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공시를 성실하게 이행한 기업에 대해 규제, 금융, 시장 접근 측면에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다. 첫째, 규제 감경 인센티브다. 공시를 성실히 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공시 위반에 따른 제재를 합리적으로 감경할 수 있도록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 성실법인' 지정 제도를 도입해 금융위원장이 그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증권 발행 비용 경감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성실히 이행한 기업이 증권을 발행할 경우, 증권발행분담금의 50% 수준을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공시를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접근성과 직결된 요소로 인식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것이다. 셋째, 금융 접근성 측면의 인센티브다. 공시 성실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나 BIS 비율 산정에서 우대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반대로 불성실 공시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시장 규율이 작동하도록 한다. 이러한 인센티브 구조는 세제 혜택처럼 재정 부담을 직접 수반하기보다는, 규제와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의 차별화된 대우를 통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EU CSRD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EU 자회사를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CSRD와 국내 자율공시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은 분명한 현실적 문제다. 특히 국내에 법정 공시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EU 기준에 맞춘 공시와 국내 자율공시를 각각 준비해야 하는 구조는 비용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국제 기준과 정합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중복 대응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 ISSB를 기반으로 한 KSSB 기준을 중심으로 국내 제도를 정비할 경우, 기업들은 EU CSRD 대응 과정에서 이미 구축한 데이터, 내부 통제, 공시 프로세스를 국내 공시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 기준과 정합적인 국내 공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기업 부담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ESG 규제를 철회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ESG'라는 용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정책 기조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국제 기준이나 글로벌 자본시장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후, 공급망, 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중장기 위험과 기회 요인에 대한 정보 요구는 주요 시장과 투자자 전반에서 이미 공통된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U,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은 이미 설정된 방향에 따라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이행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정비하는 단계에 있다.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정비는 통상 마찰 가능성을 우려해 정책 방향을 바꿀 사안이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문제다.”

KSSB 공시기준과 세이프하버는 어떤 관계인지.

“KSSB 공시 기준과 세이프하버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제도다. KSSB 기준은 기업이 무엇을, 어떤 범위까지 공시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공시 기준이고, 세이프하버는 그 기준을 성실하게 이행했을 때 어떤 규제 및 책임 환경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제도다. 두 제도는 충돌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설계돼야 할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

=국제(ISSB) 기준과 정합적인 KSSB 기준을 충실히 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 이행 행위 자체를 이유로 사후적으로 과도한 법적 책임이나 규제 리스크를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이프하버의 핵심 취지다. 기준을 명확히 한 만큼 이행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도 함께 관리하자는 접근이다.

금융위 로드맵에 뭐가 담겨야 하나. 시행 시점은 언제가 적정한가.

“금융위 로드맵에는 단순한 일정표가 아니라, 어떤 공시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담겨야 한다. 특히 법정공시 여부와 공시 위치(사업보고서), 세이프하버 적용 범위, 국제(ISSB) 기준과 정합한 KSSB 기준, 적용 대상 기업 범위가 명확히 포함돼야 한다. 시행 시점은 2028년(FY27) 최초 보고 개시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2028년 G20 의장국을 맡게 되는데, 지속가능성 공시는 G20 차원의 지속가능금융 논의에서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며, 의장국이 공시 제도를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지 여부는 정책 신뢰성과 리더십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EU, 일본, 영국, 호주 등 주요국들은 이미 2028년 이전을 목표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본격 이행하거나 단계적 적용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최초 적용 시점을 추가로 연기할 경우, 국제 논의에서 제도 운영 경험과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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