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서 금리인하 신호 사라졌다⋯'환율ㆍ물가ㆍ집값' 삼중악재

입력 2026-01-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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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전원일치 동결한 것은 고환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초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올라 1470선을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낮추면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등 전체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연쇄적인 부작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화정책 기조 변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일부 거론했으나 '환율', '물가', '집값' 등 어느 하나 개선되지 않자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색채가 짙어지기도 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위험)가 지속되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환율 잡으려고 금리 올리지 않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시간 환율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환율이 지난해 말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져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외에 수급 요인도 상당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돈(M2, 광의통화)을 풀어 환율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박종우 부총재보가 배석해 데이터에 대한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 총재는 "M2 증가율이나 M2 수준은 이전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가 멈춰섰고 (제가) 재임 기간에 M2가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데이터와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환율과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대외채권국이고 환율이 오르더라도 과거와 같은 위기는 아니다"며 "외화 부채를 갚지 못하면 기업이 무너지고 부도가 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은 환율 레벨 자체가 아니라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한다"면서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2∼3%포인트(p) 올려야 하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불안⋯"종합대책 필요"

집값은 정부의 각종 대책이 무색할 정도로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8.98% 올라 2006년 23.46%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 역시 7.07% 상승했다. 2008년 9.56% 이후 최고치다. 연립주택은 5.26%, 단독주택은 3.23% 올랐다.

임대차 시장을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3.77% 올라 전년(5.23%)보다 상승 폭이 둔화된 반면, 월세가격은 3.94% 상승해 전년(2.86%)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강남권 월세가격은 3.74% 올라 전년(1.80%)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전국 기준으로는 지난해 주택 종합 매매가격이 1.02%, 아파트 가격은 1.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04년 이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으로, 연간 상승률이 14.10%에 달했다.

이 총재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흐름이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나타나는 만큼 부동산 상승세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 5명 "3개월 간 동결"⋯'통방문' 분위기 변화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던 기준 문구가 삭제된 것도 눈길을 끈다. 금통위는 2024년 10월부터 줄곧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당분간 현 경제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장 해석은 분분하다. 금통위 통방문과 포워드 가이던스가 결과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하 사이클은 명백히 종료된 것"이라며 "기존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반면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온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0.094%포인트 상승한 3.09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2일(3.093%)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다. 채권시장 참여자는 “만장일치 동결에다 금리인하 가능성 문구 삭제 등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면서 금리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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