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4500선이라는 고지에 안착하며 사상 첫 ‘5000 시대’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번 랠리의 키는 단연 외국인이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단 5거래일 만에 3조 원에 가까운 주식을 쓸어 담으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2조9650억 원을, 개인은 5776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3조9397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했지만, 외국인은 이 모든 매물을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며 지수를 4500선 위로 밀어 올렸다.
이는 과거 강세장 초입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규모다. 지난해 일평균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약 2500억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초 이들이 보여준 하루 평균 매수 강도(약 5974억 원)는 2.4배에 달한다.
외국인이 4500선이라는 고점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 '폭식'을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밸류업 2.0 정책의 실질적 효능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도입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주환원 기업 세제 혜택은 시행 2년 차인 2026년 들어 외국인 장기 자금(Long-only)을 유인하는 강력한 자석이 됐다. 작년 한 해 동안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들의 '진짜 배당'이 올해 초 확정되면서, 세제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저평가 늪'에서 탈출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 CES 2026에서 입증된 K-반도체의 HBM4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강력한 확신을 심어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밸류체인에 외국인 자금의 70% 이상이 집중되며 지수의 하단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찾는 이유는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 이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6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따져보면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의 AI나 반도체 열풍이 한국의 반도체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은 외국인들이 미국 시장을 먼저 사고 나서 그다음 고려할 시장으로 한국을 보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거나 경기 지표가 흔들린다면, 언제든 조정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1월 전체의 시장 분위기를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