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연초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며 우주·방산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경쟁이 구조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연구개발(R&D)과 수출 물량 대응에 필요한 현금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년 첫 공모채 수요예측을 앞뒀고, KAI는 지난해 6월 발행 이후 6개월 만에 추가 발행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AI는 아직 주관사 선정에 착수하지 않았으나, 회사채 발행요청서(RFP) 발송을 염두에 두고 발행 규모와 구조를 내부적으로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KAI가 지난해 말부터 연초 발행을 계획해 온 만큼, 시장 여건과 자금 수요를 감안해 발행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AI는 지난해 1월과 6월 공모채를 통해 누적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오는 7일 2500억 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 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치는 2년물 800억 원, 3년물 1200억 원, 5년물 500억 원으로 구성했으며, 조달 자금은 우주·항공 및 방산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조달의 공통 배경으로 양사가 최근 신용도 개선 흐름에 올라탄 점이 지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A(안정적)’, KAI는 ‘AA-(긍정적)’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KAI는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되면서 향후 상향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KAI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올렸다. 수주잔고 확대와 대형 양산 사업 본격화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KAI의 수주 잔고는 과거 약 18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26조 원대 초반으로 증가했으며, 군수 부문에서는 LAH(소형무장헬기) 2차 양산, KF-21 최초 양산 및 잔여 물량이 이어지는 가운데 폴란드·말레이시아·필리핀 FA-50 계약 등 수출 기반도 넓어졌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양산 확대 과정에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며 차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KAI는 KF-21 최초양산 등 대규모 사업 진행에 따라 재고자산과 선급금이 증가했고, 총차입금과 순차입금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항공 제조업 특성상 생산에서 납품까지 시간이 길고, 대금 회수 역시 납품 이후에 집중되는 구조여서 단기 운전자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KAI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365%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46.1%로 큰 폭 상승했다.
한신평은 KAI가 납품 본격화 국면에 진입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재무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이지만 선수금·계약부채 비중이 큰 부채 구조를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은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다. KF-21 개발사업이 올해 중 마무리되고, 하반기부터 인도가 진행되는 등 양산 가동(램프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