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도 쉽지 않은 공급… “목표 달성보다 시스템이 해법” [선진 주택시장에 배운다②]

입력 2025-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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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해야죠.”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한 가운데, 한때 ‘사회주택의 천국’으로 불리며 주택시장이 안정적이었던 독일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최근 주거 위기를 겪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이라고 해서 주택 공급을 우리보다 훨씬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며 “주거 수요가 빠르게 변하면서 정책이 이를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여러 국가에서 드러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라고 29일 밝혔다.

독일은 임대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2012년 이후 이민자 유입 확대, 해외 투자자본 유입 등이 맞물리며 집값과 임대료가 빠르게 뛰었다. 영국 또한 수도 런던의 주택 가격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허 연구위원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도 수요가 급격히 바뀌면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며 “독일과 영국 모두 연간 공급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제 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 선진국들도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허 연구위원은 ‘공급 시스템’에서 참고할 지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물량을 제시하고 사업 단위로 추진하는 방식에 가깝다면, 독일·영국은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의 틀을 만들고 민간과 지자체가 실행하는 구조”라며 “특히 독일은 연립정부 체제 특성상 정권 주도의 일방적 추진이 어렵고, 건설사·금융권·지자체·임차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급 추진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정책 연속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허 연구위원은 “공급은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 사업인데, 단기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신호를 껐다 켰다 하는 방식은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며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아래에서 정권 변화에 상관 없이 꾸준히 공급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민간과 공공의 공급 물량이 균형을 맞추고, 분양 위주의 시장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LH가 택지를 공급하지만 실제 주택의 약 80%는 민간이 짓는 민간 중심 시스템”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공공 물량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면 공급 체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기에 민간과 공공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치게 분양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다보니 시세 차익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쉽지 않겠지만 해외처럼 민간 중심의 임대주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공급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선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스마트 시공 확대나 제로에너지 대응 등 산업의 선진화와 미래 대응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독일은 친환경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든 신축 주택에 유럽 법률에 따른 에너지 효율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역시 제로에너지 목표에 부합하는 친환경 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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