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 거센 상선…군함으로 수주 다변화
미국 ‘황금함대’ 구상, 새 기회 열리나

글로벌 발주 사이클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2029년 인도 물량을 확보하며 중장기 일감을 쌓아가고 있다. 고부가 선종 중심 수주와 두터운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군함 등 특수선 시장에서도 추가적인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총 129척, 181억6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180억5000만 달러)의 100.6%를 잠정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연간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총 51척, 98억3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 수주액 89억8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74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인 98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25억 달러 규모의 모잠비크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LNG) 2호기 ‘코랄 노르트’ 본계약이 연내 체결될 경우 목표 달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주 목표 달성 속도는 지난해보다 다소 느려졌지만, 업계에서는 2029년 인도 물량까지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신규 사업 생산이 다수 예정돼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중장기 수주 여력이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상선 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는 남아 있다. 조선사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상선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 세계 누적 수주 점유율은 한국이 22%, 중국이 59%로 격차가 벌어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약 3년 치 일감이 확보돼 있어 2026년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국내 조선사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조선가 하락이 지속되고 발주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간 이어질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는 군함 등 특수선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군함은 수익성이 높고 발주국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 협력이 이어지는 특성상 한 번 시장에 진입하면 추가 수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26일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국방부와 3200t(톤)급 호위함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수주한 10척을 포함하면 총 12척의 군함을 수주하며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황금함대’ 구상을 계기로 미국 군함 시장도 새로운 중장기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의 군함 건조를 위해 시설보안인가(FCL) 획득을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호주 오스탈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외국 조선소에서 미국 군함을 단독 건조하기에는 법적 장벽이 여전한 만큼,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 해군의 신형 호위함 건조 선도 조선소로 선정된 헌팅턴 잉걸스는 HD현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생산 일정 등을 고려하면 HD현대와의 협업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조선업 역량을 감안하면 정부 계획대로 함정을 인도하기 위해선 해외 조선사나 다수 조선사 참여가 불가피하다”며 “단기간에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긴 쉽지 않고 현지 조선소를 활용하거나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