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라⋯AI '규제 샌드박스' 넘어 '네거티브'로 [리코드 코리아④]

입력 2026-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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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英 규제 혁신 사례 주목⋯"법적 토대 위 실질적 네거티브 전환 필요"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달 21일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의 ‘헌법’으로 불리는 ‘AI 기본법’이 본격 시행된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마련된 AI 일반법으로 법적 기틀은 완성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법이라는 ‘하드웨어’는 구축됐지만, 정작 그 위에서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소프트웨어(규제 생태계)’는 이제부터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부부처와 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선도국들은 이미 ‘규제’를 ‘진흥’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은 ‘네거티브(Negative) 규제’다. 금지된 것 몇 가지를 빼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발표한 ‘AI 준비도 지수(AI Preparedness Index, AIPI)’에서 싱가포르는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비결은 유연성이다. 싱가포르는 AI 기술 도입 초기부터 경직된 법령 대신 가이드라인 형태의 연성 규범을 적용해 기업의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영국 역시 ‘친(親) 이노베이션’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별도의 강력한 포괄적 규제 법안을 만드는 대신, 기존 규제 기관들이 각 산업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선진국들이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규제 샌드박스’ 정신이 깔려 있다.

우리 정부도 AI 기본법 시행에 맞춰 규제 혁신 로드맵을 가동했다. 단순히 기업의 신청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정부가 먼저 규제 애로를 찾아 해결하는 ‘기획형 규제 샌드박스’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AI 기반 도축 검인 자동화 △합성데이터 활용 △이족보행 로봇 현장 투입 등 기존 법령에 막혀 있던 과제들을 샌드박스로 풀어냈다.

특히 2024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이러한 규제 혁신의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 법은 AI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과 학습용 데이터 구축, 데이터 센터 조성, 스타트업 지원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무엇보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생명·안전에 직결된 ‘고영향 AI’와 ‘생성형 AI’ 등으로 대상을 명확히 한정했다. 이는 규제가 필요한 고위험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기업의 자유로운 혁신을 보장하겠다는 ‘최소 규제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기본법 통과로 법적 근거를 갖게 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향후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분석해 항구적인 규제 해소로 이어지게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규제 혁신과 함께 물적 지원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앞서 전 정부는 ‘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목표로 2027년까지 65조 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유도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기업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내년에는 정부 구매와 슈퍼컴퓨터 등을 합쳐 3만 7000장의 GPU를 우선 확보해 배분한다.

또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벤치마킹한 ‘K-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가동해 2030년까지 5대 국가전략기술을 미국 대비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2027년까지 전 국민이 사용하는 ‘한국형 챗GPT’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막대한 투자가 결실을 보려면 ‘규제’라는 과속 방지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이 통과됐지만, 고영향 AI 지정 등 여전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 조항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싱가포르가 법적 처벌 대신 자율 가이드라인으로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했듯 우리 정부도 기업들이 규제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린 실질적인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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