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기저효과 탓 둔화할 것"
반도체 대체 품목 미흡, 구조적 취약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하며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원톱 구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통계기구들은 인공지능(AI) 수요를 근거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확장을 낙관하는 반면 국내 국책연구기관들은 과도한 산업 편중을 리스크로 지목했다. 반도체가 흔들릴 경우 이를 대체할 주력 산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산업 체력 회복을 병행하지 않으면 구조적 취약성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208억 달러로 전체 수출(696억 달러)의 29.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3.6%)보다 6.3%포인트(p), 작년 연간 평균 비중(24.4%)을 5%p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지난해 수출 사상 최초 7000억 달러 돌파의 일등공신이 됐다. 철강, 석유화학 등 여타 주력 품목들이 역성장을 보였음에도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이 전체 수출 실적을 떠받치는 현상이 더 부각된 한 해가 됐다.
반도체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한 국내외 시각차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등 글로벌 기관은 올해를 ‘슈퍼사이클의 확장기’로 정의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6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므로 한국의 수출도 비례해서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국내 주요 국책·금융 기관들은 ‘기저효과’에 주목하며 눈높이를 낮췄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수치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 단가 상승을 근거로 11.3% 성장을 예측했으나 글로벌 전망치에는 못 미친다. 한국은행도 물량 기준 성장률이 7%대 중반으로 수렴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봤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에 그치는 성장 둔화론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관들의 전망처럼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될 경우 30%에 달하는 반도체 의존도가 경제 전반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구간에서 반도체 가격이 조정을 받거나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될 경우 이를 상쇄할 다른 주력 산업이 없어서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신년사를 통해 "실물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고 산업의 기초체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 쏠림 현상과 다른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장기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반도체 편중 심화를 해소하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