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싫다" 고령층 84% 거부…실제 중단은 17%뿐

입력 2025-1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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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선호와 의료현실 '괴리' 심각
임종 전 의료비 10년새 2배 '껑충'…저소득층엔 '재난적' 수준
"사전의향서 '개인화'하고 온라인 작성 허용해 접근성 높여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8명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비율은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고통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1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는 연명의료 거부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오히려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 수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6.4%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 요인 외에도 연명의료 결정 과정 전반에 걸친 제도적·구조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지속은 환자에게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안긴다. 연구진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에 따르면, 연명의료 환자가 겪는 평균 고통은 대상포진 등 단일 질환에서 겪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에 달했다. 특히 고통지수 상위 20% 환자의 경우 그 강도가 12.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본인부담금)'는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10년 새 약 2배 급증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693만 원)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으로, 저소득층 가구에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가족들의 간병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연명의료를 지속한 가족의 49%는 간병인을 고용한 경험이 있으며, 월평균 224만 원을 지출했다. 가족이 직접 간병하기 위해 일자리를 중단한 경우도 46.5%에 달했고, 이로 인한 소득 감소액은 월평균 327만 원으로 집계됐다.

환자의 뜻과 달리 연명의료가 지속되는 주된 원인으로는 까다로운 절차와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서는 '임종기(회생 불가능하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암 이외의 질환은 임종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 사례의 약 40%는 사망하기 불과 1주일 전에야 중단 결정이 내려졌고, 그사이 환자는 평균 6.8개의 연명의료 시술을 감내해야 했다.

제도적 접근성도 낮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을 이용해야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중소·요양병원은 설치율이 저조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연구진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처럼 단순히 '중단 여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특정 시술별로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개인화'된 서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보건소나 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해야만 작성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동네 의원에서도 상담·등록할 수 있게 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을 통한 작성도 허용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명의료 시술 비율이 현재의 70% 수준에서 15%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2070년 기준 약 13조3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원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를 호스피스나 돌봄 서비스 등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분야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차장은 "연명의료 제도 개선의 목표는 연명의료 자체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의 마무리 방식을 미리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돕고자하는 것"이라며, "그에 대한 자기결정이 마지막까지 존중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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