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도중 쫓겨났다…한일령, 한국도 긴장 못 늦추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5-12-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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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5' 무대에 올랐다가 퇴장 안내를 받은 오쓰키 마키. (출처=X 캡처)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5' 무대에 올랐다가 퇴장 안내를 받은 오쓰키 마키. (출처=X 캡처)

공연 도중 콘서트장이 암전됐습니다. 정전 같은 단순 사고도, 고의적인 연출도 아니었는데요. 공연 진행 중 '퇴장하라'는 안내가 벼락같이 떨어진 겁니다.

최근 중국에서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대상은 일본 아티스트들인데요. 중국 공연 하루 전에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황당한 심경 글도 잇따라 게재되고 있죠. 당황스러운 이 흐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겪은 우리에겐 놀랍지 않은(?) 풍경입니다.

일본 내에서 '한일령(限日令)'과 관련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 업계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글로벌을 겨냥하는 K콘텐츠 특성상 이번 흐름은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중일 갈등, 왜?

우리나라 양옆에 있는 중국과 일본, 양국이 갈등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대만이 놓여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깜짝 발언(?)을 내놨는데요.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죠.

상황은 이랬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질의가 나오자 다카이치 총리가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건데요.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합니다. 존립 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죠.

2015년 아베 신조 내각은 기존의 평화 헌법 해석을 재해석해 일본 또는 주변 동맹국이 무력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흔들릴 경우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아사히신문 등은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총리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2월 대만 유사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바 있죠.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명확한 답변 그 이상(?)을 내놨습니다. 그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를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한 무력을 행사한다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서 (배가)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죠. "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중국은 곧바로 발끈했습니다. 일본 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는 죽음의 길"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요. 중국 외교부는 14일 가나스기 겐지 주중국 일본대사를 초치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강력하게 항의했죠.

실력 행사에도 돌입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권고했고, 지난달 27일 기준 중국 항공사는 12월 운항 예정인 일본행 항공편 5548편 가운데 904편(약 16%)의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죠.

▲(출처=하사마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하사마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캡처)

연기, 취소, 퇴장…중국서 무슨 일이

냉랭해진 양국 관게는 연예계로도 확산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보이그룹 일본 보이그룹 제이오원(JO1)의 팬미팅이 취소됐습니다. 팬미팅은 지난달 28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중국 텐센트 산하 음원 플랫폼 QQ뮤직 측은 "불가항력적 요인의 영향"이라며 취소를 알린 바 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곡을 부른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의 무대가 돌연 중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30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오쓰키 마키는 상하이에서 열린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5'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음악이 끊기는 일을 당했는데요.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공연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오쓰키에게 퇴장하라는 안내와 몸짓을 했습니다. 오쓰키가 깜짝 놀란 얼굴로 황급히 무대를 떠나는 모습도 포착됐죠.

소속사 측은 "28일은 퍼포먼스 중이었지만, 부득이한 여러 사정으로 급히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29일 출연도 같은 사정으로 중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쓰키 외에도 같은 행사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일본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 역시 무대에 오르지 못했는데요. 지난달 3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이 행사는 결국 29일 중단됐습니다.

일본 유명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도 중국 측 요청으로 무대 설치까지 끝냈던 상하이 공연을 하루 전 취소해야 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지금까지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중국의 스태프 총 200명이 협력해 5일에 걸쳐 오늘 상하이의 무대를 완성했지만, 오전에 갑작스럽게 공연 중지 요청을 받았다"며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함부로 말할 생각은 없지만 무대를 위해 노력해준 모두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는데요.

이후 그는 텅 빈 공연장 한복판에서 무대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1만4000석의 빈 좌석이지만 전 세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느낀, 잊을 수 없는 공연 중 하나"라고 전했죠.

이밖에도 클래식 연주, 뮤지컬 공연, 애니메이션 개봉 등 일본 문화 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가 잇따랐습니다. 이유는 모두 비슷합니다. '부득이한 사정', '불가항력' 등 명확하지 않았죠.

지역에 따라 예정대로 열린 공연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 일본 문화를 차단하는 '한일령'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그룹 JO1. (사진제공=라포네 엔터테인먼트)
▲그룹 JO1. (사진제공=라포네 엔터테인먼트)

日만 문제? 긴장 높아진 K콘텐츠 업계

중국이 일본 관광을 제한한 상황에서 이 여행 수요가 한국으로 향할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로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 취날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현황을 보면 한국이 지난달 15∼16일 인기 여행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국·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이었죠.

하지만 공연·콘텐츠 산업으로 시선을 옮기면 분위기는 미묘해집니다. 중국의 규제가 특정 국가를 향해 강화되는 패턴 자체가 K팝 업계엔 예민한 신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 수요처럼 일본 콘텐츠의 공백을 한국 콘텐츠가 일부 대체할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이 해외 콘텐츠 전반을 압축하고 자국산을 강화하는 구조라 반사이익의 폭과 지속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중론이죠.

더군다나 한한령 역시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2016년께부터 한국 음악·드라마·영화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적 보복 조치인 한한령을 적용해왔는데요.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올해까지도 중국 내 K팝 가수들의 공연이 허가를 받았다가 돌연 연기 및 취소되는 사태가 반복됐습니다.

K팝은 다국적 멤버 조합을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혀왔습니다. 일본인 멤버를 둔 팀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죠.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의 아티스트를 향해 분명한 방향성을 띤 만큼, 멤버 구성에 따라 일부 그룹 역시 활동 제약을 겪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실제 불똥도 튀었습니다. 지난달 걸그룹 에스파가 일본 최대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일본에서는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인 닝닝의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약 5만 명이 동의한 이 청원은 닝닝이 2022년 SNS에 버섯구름 모양의 조명 사진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사진이 원자 폭탄 흔적을 연상케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원자는 "공식 행사인 '홍백가합전'에서 역사 의식이 부족한 언행을 용인하면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여기에 더해 일본인 멤버가 없더라도 한국 자본이 투입된 그룹이나 일본 기획사와 협력해 만든 합작 프로젝트 역시 정치적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팬이벤트가 취소된 JO1은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지만, CJ ENM과 요시모토흥업이 한일 합작으로 설립한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죠.

최근에는 드라마, 영화, 예능에 이르기까지 한일 합작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도 한데요. 콘텐츠 제작·지식재산권(IP) 사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지금, 특정 국적 멤버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본·제작사·협업 구조까지 함께 타깃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양국의 긴장 국면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본격 확장한다면 한일령 논란은 일본만의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K콘텐츠에도 작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나아가 이런 보복성 조치가 반복될 경우, 정치적 판단이 시장과 산업의 질서를 좌우하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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