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기부왕' 관정 이종환 상속자금 법정 다툼…法 "차녀에 84억 반환"

입력 2025-11-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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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종환 전 회장 차녀, 가수금 반환 소송 1심 승소
法 "법적 근거 없이 자금 보유…부당이득 돌려줘야"
삼영중공업 즉각 항소 "해당 자금은 전보 성격"

▲2015년 2월 5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5년 2월 5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으로 꼽히는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재단)을 설립해 평생 모은 재산 1조7000억 원을 환원한 '1조 기부왕' 고(故)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의 차녀가 부친이 세우고 장남이 2대 주주로 있는 삼영중공업을 상대로 낸 가수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4월 11일 이 전 회장의 차녀 이모 씨가 주식회사 삼영중공업을 상대로 낸 가수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상속인인 원고에게 84억1000만 원과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이 전 회장이 생전 자신이 운영하던 삼영중공업에 여러 차례 걸쳐 입금한 약 218억 원 가운데 168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자금이 '회사에 빌려준 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된 대여계약은 무효"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이 별세하자, 차녀 이 씨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대여계약이 무효라면 삼영중공업이 부친의 자금을 법적 근거 없이 보유한 것이고,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상속인으로서 법정상속분(1/2)에 해당하는 84억 원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삼영중공업은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측은 "이 전 회장이 회사에 입금한 자금은 스스로 발생시킨 회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다"며 "이익을 얻은 것이 없어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의 독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설령 부당이득으로 인정되더라도 이미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반환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는 "이 씨가 생전 부친에게서 이미 토지와 건물 등을 증여받았기 때문에, 자금을 단순히 법정상속분인 2분의 1 기준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수익(생전에 물려준 재산)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 비율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통해 확정돼야 하며, 이 절차는 가정법원 관할에 속하므로 민사법원에 제기된 이 청구는 관할 위반으로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삼영중공업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상속인 중 한 명인 원고가 부당이득을 얻은 회사에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구한 것"이라며 "상속재산을 나누는 심판과는 당사자도, 성격도 다르다"고 판단했다. 삼영중공업은 이 전 회장의 자금을 부당하게 보유한 채무자에 불과해, 이번 사건은 가정법원 관할의 가족 간 상속 분쟁이 아닌 민사법원 관할의 금전 다툼이라는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고인이 회사에 넣은 자금은 다른 재판에서 미변제 원금이 약 168억 원으로 인정됐지만, 대여계약이 무효로 확정됐다"며 "그 결과 회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해당 자금을 보유하게 됐고,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나중에 이 씨의 특별수익 여부를 따질 일이 생기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는 지금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금전상 이익은 이미 사용했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며, 삼영중공업이 이 씨에게 84억 원가량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삼영중공업은 즉각 항소했다. 회사 측은 "법리적으로만 보면 부당이득이 될 수 있지만, 해당 자금은 선대 회장이 회사에 끼친 손해를 메우기 위한 전보 성격이었다"며 "이를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하라고 하면 손해가 그대로 (회사에) 남게 된다.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 금액만큼 상계돼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2월 3일 항소심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다.

한편,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석준 삼영화학그룹 회장은 소송 제기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삼영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영중공업 지분 36.2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지난해 2월에는 부친을 이어 관정재단 이사장에도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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