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미, 3500억달러 투자 주요 쟁점 여전히 난항”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무역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세부 사항을 두고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3500억 달러에 대해 “투자 방식, 투자 규모, 투자 일정, 그리고 손실 분담 및 배당금 분배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면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한국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이 7월 큰 틀에서 무역 합의를 했을 때 한국이 하기로 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의 전까지 최종 타결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이 대통령과 서울의 고위 관계자들은 양측 간 여전히 큰 입장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협정이 거의 타결 직전(pretty close)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방미 협의(22일·한국시간 23일)를 진행한 다음 날인 24일 이뤄졌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친구이기 때문에 모든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9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던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서는 “근로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매우 크며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꺼리고 있다”면서 “안전과 합리적 대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두 나라가 비자 제도를 개정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가 가시적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에서 3.5%로 늘리려는 계획은 미국의 요구보다는 자주국방을 위한 기본적 입장과 더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년 만의 첫 대면이 경주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 2대 경제 대국이자 한국의 2대 교역국인 양국 간의 긴장이 완화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을 ‘두 개의 맷돌 사이에 끼인 국가’로 묘사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이 미국 해운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이달 초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이 압력을 행사하고, 향후에도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중국에 맞서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며, 대화가 항상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내달 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와 그 틈틈이 진행될 양자 회담들이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세계 질서는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러한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존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