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철강 관세 낮춰지나
美中 사이에 낀 韓기업들
“결과 따라 향후 통상, 투자 방향 결정”

재계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번 APEC이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향후 통상·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APEC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일정은 단연 한미·미중 정상회담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 22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관세협상 막판 조율을 위해 방미길에 올랐다. 양국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두고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 다만 미국 측은 여전히 상당액의 현금 투자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펀드 구성과 더불어 한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관세 완화다. 미국이 철강제품에 50%,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10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관세 충격이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대미 최대 수출품목이다.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관세가 완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환경이 개선되고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부담액은 8조4000억 원을 넘어서며 영업이익률이 3%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기업들이 이미 추진 중인 현지 공장·연구소 설립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또 다른 변수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한국 기업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신세가 됐다. 한화오션이 가장 먼저 유탄을 맞았다.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상대로 중국 조직, 개인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 전략자원 확보와 기술 협력 모두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2차전지·방산 등 안보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일수록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재계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패가 곧 한국 산업 경쟁력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정상회담들이 실제로 계획대로 잘 열리고, 의제나 결과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우리도 이를 기반으로 후속 사업을 준비하고, 대응 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풀 수 있는 영역과 정부가 풀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구체적 결과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