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가지 시나리오 거론⋯APEC 정상회담서 최종 서명 가능성↑
2개월 반의 줄다리기 끝에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타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핵심 쟁점인 우리나라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방식의 최종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 중 미국의 '현금 투자' 요구와 한국의 '외환 안정'을 절충하는 통화스와프와 분할 투자가 결합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이번 협상을 총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주무 부처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날 오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워싱턴 D.C.에서 주요국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물밑 조율을 벌여온 구윤철 경제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합류해 최종 담판에 나선다.
이들로 꾸려진 한국 협상단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이른 새벽에 미국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방문해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OMB는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을 총괄하는 곳으로, 이번 방문은 대규모 투자의 구체적인 방식과 조건이 담길 양해각서(MOU) 문구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국은 올해 7월,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투자 방식의 세부 내용을 놓고 난항을 겪어왔다. 한국은 직접적인 현금 투자는 5%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신용보증 방식으로 채우려 한 반면, 미국은 100% 비중의 직접 투자를 요구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규모 달러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보장 등을 역제안하며 2개월 반 동안 후속 협상을 벌여왔다.
장기간의 교착 끝에 최근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현실적인 타협안이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일정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보장받는 대가로 현금 투자 비중을 우리 측 초기 제안보다 높이는 방식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 이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무제한'보다는 미국-싱가포르 사례(600억 달러)와 같은 특정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일시불 현금 투자'가 어렵다는 우리 입장에 따라 투자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집행하는 '분할 투자(사실상 할부)' 방식도 유력한 대안이다. 투자 시기를 분산하면 우리 외환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우리 측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안이 분할 투자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재차 언급한 점은 변수다. 하지만 조현 외교부 장관이 최근 국감에서 "미국이 일시불 요구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의 양국의 입장을 볼 때 미국의 현금 투자 요구와 한국의 외환 안정장치 절충을 고려한 통화스와프와 분할 투자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막판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양국이 최종 조율이 성사되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문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