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방향을 설계하는 장관과 자본의 흐름을 움직이는 기업인들이 국감장의 증인석에 앉는 순간 그들의 한마디는 곧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본지는 국감 기간 동안 경제 현안의 핵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그들의 발언과 파장을 짚는 [국감이슈人]을 연재한다.
단순한 공방의 장면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정책 의도의 이면을 해석하는 ‘인물 중심 분석’이 목적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국정감사에 직접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금까지 불출석을 이어가던 행보를 보면 이례적이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해킹 사고에 대한 여러 지적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14일 김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장은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김광일·윤종하 MBK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와 동석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국회에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대규모 해킹 사고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홈플러스 부실 경영과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 MBK의 투자 기업에 대한 정치권과 대중의 비판이 거세지자 김 회장이 직접 국회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는 최대 2000억 원 증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조건을 붙여 실제로 현금 출연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며 "생색내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MBK는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며 시장에서 ‘먹튀’라고 지적받는다"며 "롯데카드 보안 투자도 뒷전으로 했다. MBK가 한국 경제에 순기능을 남겼느냐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의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잘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 회장과 동석한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노조와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며 "회생 절차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회생 채권은 이미 갚았다. 대기업 회생 채권 등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신창식 조국혁신당 의원의 사재출연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은 5월에 1000억 원을 냈고, 모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7월 1500억 원 보증을 제공한 것도 전부 사용된 것으로 안다. 이어 "지난달에는 2000억 원의 현금 증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에 관여를 안 했다고 한 것에 대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내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MBK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다"라며 "13명의 파트너가 각각 자기 분야를 담당해서 관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담당하는 분야는 펀드레이징(투자금 조성)"이라며 "자금을 받은 투자처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