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영화 속 악당 은신처로⋯서울타워 써도 될까?

입력 2025-10-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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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배경에 숨은 법적 문제

강윤희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사진 출처 = 넷플릭스)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사진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에는 서울타워가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배경일까 아니면 허락 여부를 따져야 하는 법적 쟁점이 될까.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은 절반만 정답이다. 저작권법은 동시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 중요하게 여긴다.

어떠한 창작물도 무(無)에서 생겨날 수 없다. 선대의 유산 위에서 오늘의 창작물이 만들어졌듯, 오늘의 창작물 또한 후대를 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작권법은 일정한 경우 저작 재산권(IP)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공공 장소 건축물, 자유로운 촬영 가능할까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은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된 미술·건축·사진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복제·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일반인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울타워는 실용적 기능과 분리되는 독창적 요소가 있어 창작성이 인정되는 건축물이다. 동시에 개방된 장소에 상시 전시돼 있기 때문에 제35조 제2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허용 범위와 한계는⋯어디까지

몇 해 전 한 제작사가 영화 속 테러 장면을 서울타워에서 촬영하려 했으나 허가받지 못한 일이 있었다. 제작사는 대신 서울타워를 수십 배 축소해 세트를 제작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서울타워가 앞서 언급한 저작권법 조항의 적용 대상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제한이 따른다. 개방된 장소의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건축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동형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동 조항 제1호) 거주용 건물이 아니더라도, 축소 모형 제작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제작사는 서울타워 내부는 실제와 다르게 제작하고, 외관만 실제 서울타워를 촬영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형복제를 피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제한, 즉 ‘판매 목적의 복제’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동 조항 제4호)

상업영화에서 특정 건축물이 주된 무대로 반복 등장하고 단독 클로즈업을 받는다면 판매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오래전 광고 배경으로 건축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사례에서 하급심은 판매 목적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특정 건축물을 소개할 목적이 아닌 영상물 일부에 건축물이 배경으로 사용된 경우라면 ‘판매 목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의 적용 여부는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남는다.

공정 이용, 또 다른 판단 기준

▲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 경우 검토할 수 있는 또 다른 법적 기준은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1항에 따른 ‘공정 이용(Fair use)’이다. 이 조항은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건축저작물의 독창성과 예술성이 영화의 창작성에 크게 기여한다면 공정 이용으로 보기 어렵다. 예컨대 <반지의 제왕> 속 사우론의 성채처럼, 서울타워가 악당의 은신처로 등장해 캐릭터의 일부를 형성할 정도라면 공정 이용은 인정되기 힘들다.

강윤희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는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려면 고려할 법적 요소가 많아진다”며 “관객이 무심코 지나치는 영화의 한 장면에도 복잡한 법적 고민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도움 주신 분]

강윤희 변호사는 2009년 제38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울산지검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2011년 8월부터 법무법인 원에서 활동하며 형사 사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 자문과 소송을 맡아왔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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