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연산 특화' NPU 생태계 조성
2030년 'K-엔비디아' 실현 목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핵심 자원인 그래픽처리장치(GPU) 20만 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국내 기업과 연구소가 보유한 GPU가 2000개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확충이 아닌 국가 전략 차원의 대전환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당초 2030년까지 5만 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뒤따랐다. 이에 2030년 목표치를 20만 장으로 네 배 상향하고, 5만 장 확보 시점도 2028년으로 앞당겼다.
정부 전략은 GPU 확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생태계를 키워 ‘K-엔비디아’를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병행된다.
NPU는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전용 반도체로,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해 대규모 행렬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미지 인식·자연어 처리 같은 AI 추론 연산에서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속도 효율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스마트폰·자율주행차 등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대규모 데이터센터에도 적극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GPU는 AI 인프라의 표준이지만 가격과 공급망이 최대 약점이다. 엔비디아가 CUDA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한 장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고 공급 부족으로 웃돈까지 붙는다. 20만 장을 들여와도 전체 수요를 채우기 어렵고, 환율·물류비·수출 규제 등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외교적 불확실성도 부담을 키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과거 많은 동맹·우방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반도체·AI 칩을 안보 전략의 지렛대로 삼고 있으며, 수출 통제 한 번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음을 이미 보여줬다. 정부가 GPU 확보와 함께 국산 NPU 육성을 서두르는 이유다.
GPU는 범용성이 장점이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GPU로만 돌리면 전력 소모와 운영비가 급증한다. 냉각 인프라와 유지비까지 합치면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면 NPU는 특정 연산, 특히 추론에 특화돼 상대적으로 전력 소모가 적고 효율성이 높다.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고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결국 국산 NPU 육성은 ‘탈엔비디아’를 넘어 비용 절감과 기술 자립, 환경적 부담 완화까지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투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배 장관은 “국산 NPU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적극 도입을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지원 선언이 아니라 실제 시장 채택을 유도해 초기부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이미 자국 칩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GPU만 바라보다가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NPU를 비롯한 국산 AI 반도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결국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