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중처법’ 고삐...중기·현장 근로자들 전전긍긍 [약자보호법안의 함정 中]

입력 2025-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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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8-20 17:1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기업경영 치명타 ‘연쇄 타격’ 불가피
“기승전엄벌…中企 예방·지원 절실”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바지 사장’이 늘고 있죠. 대표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대표를 앞세우는 겁니다. 자기 자식들한테는 이 자리 안 줘요. 왜? 1억~2억 원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구속될 수 있으니까요.”(건설업 A중소기업 대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교육도 많이 받고, 안전감독관도 배치했죠. 비용을 들여 안전설비도 보완했는데, 그래도 사고가 납니다. ‘처벌법’이 아니라 ‘예방법’이 필요한 겁니다.”(건설자재 제조업 B중소기업 대표)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중소기업계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인력·자금력 부족으로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준수가 어려운 중소기업계는 입찰자격 영구 박탈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 사실상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하다. 대형 건설사의 산재 역시 하청 중소기업과 건설 현장 근로자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의 시공사 입찰 자격 제한과 위험의 외주화 차단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술렁이고 있다. 기존 중처법 대응 여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더 센 제재가 더해지면 기업 경영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1월 발표한 중처법 판결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월 27일 이후 검찰이 기소한 중처법 위반 사건 중 총 31건(2024년 말 기준)에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중소기업 27건, 중견기업은 4건이다. 원청과 하청의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등 모호성이 강한 상황에서 고강도 처벌이 따라붙는다면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일 것이란 비관론이 거세다. 하청 건설 중소기업들 역시 대형 건설사의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처법 자체에서 사고의 기준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다”며 “대응 계획이 있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한 번 사고 나면 한 해 동안 추진했던 것들이 다 날아가 버리는 모양새”라며 “중대재해 사고가 나면 과징금을 3% 이내에서 때린다고 하는데, 요즘 업계 수익이 1% 이내라고 한다. 업계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인구 감소와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중처법 대응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근로자 200여 명 규모의 금속제품 제조업체인 C기업 관계자는 “예컨대 전기 스위치를 내렸는지 확인하고 작업장에 들어가야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 과정이 안 된다. 작업을 지시하면 소통이 안 되니 사고에 많이 노출돼 위험도가 높아진다. 언어 교육을 하더라도 전문용어 교육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건설 현장 안에서도 중처법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협력 업체나 상용직 근로자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있지만 일용직은 아니다”라며 “일손을 놓으면 급여가 바로 사라지는 구조라 다른 현장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생계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공사장뿐 아니라 전체 현장을 멈추는 게 하나의 표준 매뉴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대응이 계속되면 일용직 근로자의 피해는 생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의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상황은 ‘기승전엄벌’인데, 고강도 제재보다 중소기업을 위한 예방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확한 현실 인식과 정교한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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