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비용 안전망 구축도 필요⋯“등락 균형 조절 관건”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추세를 막을 수 없다면 양질의 공공주택을 늘리려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으로만 채울 수 없는 공백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한 월세 상승 등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유주택자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1억 원으로 제한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아예 대출을 막았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대출을 말한다. 또 주택담보대출 때는 6개월 내 실입주 의무를 부여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도 금지하면서 전세에 대한 문턱을 높였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이미 60%를 웃도는 가운데 이처럼 정부의 규제까지 맞물리며 ‘전세의 월세화’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추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정부의 정책은 전세 비중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앞으로 월세 비중이 높아질 것을 대비한 추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를 대신할 양질의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민간에서도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은 약 80%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비등록·개인 다주택자 중심으로 운영돼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임대주택 관련 대표 정책으로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이 있다. 이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형태다. 임대 가능한 주택 형태에는 제한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임대료 규제나, 법인 중과세제는 완화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영세한 개인 위주인 민간 임대시장에 기업을 끌어들여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테이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관이나 기업을 통해 공급되는 양성화된 민간 임대주택의 활성화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고가시장을 제외하고는 정책 지원 없이 쉽게 작동하지 않기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임대 주택사업의 본질은 장기사업이며, 장기사업에 맞는 정책 균형과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경기도를 중심으로 시행 중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등을 전세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전세의 월세화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공공 차원에서 전세를 대신할 만한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일환으로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아닌 목돈을 전세금처럼 납입하고, 공공은 이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지어 전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 제도가 없는 선진국의 경우 매매가격과 월세가 연동돼 한 번에 많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집주인이 월세를 터무니없이 올릴 수 없도록 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도하게 월세가 오르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또 너무 안 오르면 임대사업자들이 이탈해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이라며 “월세를 많이 올리지 않고 상생하는 모범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등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위원도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안정을 위해 연말정산 때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