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등 지역·주택 유형 모두 증가세
"6·27 대출 규제로 월세 선택 더욱 늘어날 듯"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때 '내 집 마련 전 단계'로 여겨졌던 전세는 주류 자리에서 밀려 시장점유율 40% 아래로 추락했다. 대신 차선책으로 여겨져왔던 월세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주택은 총 145만9746가구로, 이중 월세 거래는 61.6%인 89만8731가구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전세가 60%가량을 차지했는데 4년 반 만에 정반대가 된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던 비중은 2015~2017년 56~57% 수준이었고 2018~2020년은 59%대를 기록하며 60%에 육박했다. 하지만 2021년 56.2%로 떨어졌고 이후 2022년 48.1%, 2023년 45.1%, 2024년 42.3%로 빠르게 축소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40% 밑으로 내려왔다.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2022년 51.3%였던 수도권 월세 비중은 지난해 56.9%로 5.6%포인트(p) 높아졌다. 앞선 5년 평균 45.3%와 비교하면 10%p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3.3%에서 60.3%로 확대됐다. 5년 평균은 47.3%다. 지방도 2022년 53% 수준에서 작년 59.1%까지 높아졌다. 올해 5월 누적 기준으로는 수도권 59.8%, 서울 63.7%, 지방 63.3%를 기록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비아파트가 빠른 모습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6%다. 비아파트는 74.9%가 월세다. 앞선 5년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5.5%p, 17.2%p 확대된 수치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금리와 전셋값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세를 유지하려면 대출이 필요한데 2022~2023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커졌고 이 부분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도화선이 됐다"며 "이후 전셋값 상승에 따른 보증금 부담,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와 같은 정부의 정책, 전세 사기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가속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10월까지만 해도 0.75%로 1%를 밑돌았다가 불과 1년여만인 2023년 1월 3.5%까지 높아졌다. 전셋값은 최근 1년 반 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를 보면 서울은 2023년 말 94.75에서 올해 6월 100.63으로 6.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5% 올랐다.
서울 핵심지 등 일부를 제외하면 주택시장이 지지부진해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여건이 된 것과 임차인의 월세 기피가 약화한 것도 월세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6·27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랩장은 "대출이 줄면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출 규제는 불이 붙은 월세화에 기름을 부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