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노·사의 4차 요구안까지 제시된 상황에서 공익위원 측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9차 전원회의에서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공익위원은 그동안 회의를 통해 신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 통합 차원에서 노·사·공 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해왔다”며 “그 목표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의에서도 공익위원은 노·사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의촉진구간은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협상 범위’다.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되면 노동계는 구간의 상단, 경영계는 하단을 요구안으로 놓고 협상을 벌인다. 합의가 불발되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거나, 노·사 요구안을 복수로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따라서 심의촉진구간 제시는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내놓지 않으면 노·사는 각자의 요구안을 수정해 제시하며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8차 회의에서는 4차 수정안까지 제시됐다. 다만, 여전히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커 이날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4차 수정안에서 노·사가 제시한 금액은 각각 시급 1만1260원, 1만110원이다. 1150원 차이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노·사는 대립을 이어갔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지속해서 도모할 수 없다”며 “대기업 온라인 거래상권이 대세인 요즘 상황에서 오프라인 골목상권·입점업체를 살리는 소비주체들은 결국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참혹한 최저임금 저율 인상률안은 소비주체들의 발길을 돌리는 처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2026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통해 내수경제가 살아나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웃을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이 현실화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우리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며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높은 데다가 경제 상황까지 악화한 여건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된다면 이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는 취약 사업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최저임금 인상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